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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탈북자 25명 한국으로 와야

입력 | 2002-03-14 23:27:00


어제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탈북자 25명이 스페인 대사관에 몰려들어가 한국행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작년 6월 장길수군 가족이 베이징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농성을 벌인 것과 유사한 일이 또다시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중국 당국이 우리를 북한으로 되돌려보낼 경우 자살할 독약을 갖고 있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들 중에는 과거 한 차례 탈북했다가 북한으로 송환된 후 재차 탈북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동안 겪었을 고초가 눈에 선하다.

정부는 사건 직후 대책반을 구성하고 중국 스페인 측과 접촉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하나 이들이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에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8년 올림픽 유치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중국이 국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년 길수군 가족 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상황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며, 그 과정에 정부가 혹시라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어선 안될 것이다.

현재 중국 내 탈북자 수는 정부 추산으로는 3만명 정도, ‘현장’을 직접 누비고 있는 민간 NGO 단체들은 20만∼30만명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중국 내 탈북자 문제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며, 이번 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따라 향후 중국 내 탈북자의 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촉구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주권적 차원 혹은 북-중관계를 주로 고려해 다뤄왔으나 언제까지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최고 기준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인도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