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그 남자 요리 솜씨에 마음은 녹고… ▼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서른을 넘긴 여자가 혼자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서른두 살의 브리짓 존스(르네 젤웨거). 그녀가 가장 못 견뎌 하는 것은 자신을 결혼시키지 못해 안달난 엄마를 대하는 일이다. 올해도 엄마는 어떻게든 딸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신년 칠면조 파티 때 마크(콜린 퍼시)라는 인권 변호사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그들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브리짓을 본 마크가 “금붕어처럼 술 마시고, 굴뚝처럼 담배 피우고, 자기 엄마처럼 옷 입는 노처녀”라며 흉을 보는데, 그 얘기를 우연히 브리짓이 듣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들의 인연은 시작부터 어긋난 듯하지만, 마크는 브리짓과의 우연한 만남을 거듭할수록 처음에 생각했던 그녀의 단점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브리짓에게 마크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무례한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브리짓에게도 마크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마련된다. 자신의 서른세 번째 생일에 친구들과의 파티를 위해 모처럼 요리책을 펼쳐놓고 음식을 만드는 브리짓. 하지만 그 나이 되도록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가 하나도 없는 브리짓은 커터기 사용법조차 몰라 쩔쩔매고, 그때 마크가 찾아온다.
평소에는 냉혈한처럼 차갑고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이 남자가 전쟁터 같은 브리짓의 주방에서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능숙하게 오믈렛을 만들더니 멋지게 마무리 장식까지 한다. 친구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브리짓의 음식을 맛본 마크는 “특이해. 아주 훌륭했어. 정말 괜찮아”라는 말로 음식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부추와 셀러리를 묶었던 끈을 그대로 넣고 삶는 바람에 파란색으로 변한 수프를 정말 맛있게 먹는 마크를 보면서 브리짓의 마음도 어느덧 훈훈해진다. 서먹서먹했던 두 사람은 함께 만든 요리를 통해 가까워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사내놈이 뭐 할 짓이 없어 부엌을 기웃거리느냐’는 어른들의 말씀은 이제 잊어버리자. 요즘 여자들이 원하는 신랑감 1순위는 ‘요리 잘하는 남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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