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화리와 마리우스’ 이후 10년 만에, 그것도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연극무대에 서는 채시라(33)는 화사한 원피스 차림으로 봄 내음을 물씬 풍기며 나타났다. 화려한 인기인에서 한 남자의 아내, 딸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그는 오히려 전보다 더 날씬한 몸매로 감탄을 자아냈다.
“제가 모유 수유 홍보대사인 거 아시죠? 출산 직후(작년 7월)부터 지금껏 모유만 먹였더니 온몸의 군살이 다 빠져버렸어요. 전 모유 수유에 성공한 엄마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힘들지만 보람있어요.”
3월29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연극을 위해 하루 5∼6시간을 연습실에서 보내는 채시라는 예상과 달리 “큰 부담감은 없다”고 말한다.
“연기에 복귀하면서 왜 연극을 택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전 항상 남들보다 앞서가는 연기자가 되려고 노력해 왔어요. 연기자로서 오래가기 위해선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30대 연기자로서 처음 모노드라마에 도전한다는 건 그런 의미가 있어요.”
편하게 TV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쉽지 않은 연극무대에 섬으로써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채시라. 그는 연극 ‘여자’에서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30대 초반의 여자 ‘강인혜’로 분한다.
“이름처럼 아주 강인한 여자예요. 선배님들이 하셨던 모노드라마와는 다른 색깔의 작품이 될 거예요. 기존의 작품들처럼 심각하지도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와 의식은 그리 가볍지 않아요. 연극을 보시는 분들이 ‘채시라가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구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극을 하는 동안엔 ‘연극배우 채시라’로 불리고 싶다는 그녀의 각오에서 ‘채시라다운’ 프로근성이 느껴진다. 결혼 전 ‘당신의 운동장이 되어주겠다’고 약속한 남편의 외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그녀에게 이번 무대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