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지배 / 스탠 데이비스 지음 김승욱 옮김/ 298쪽 1만2000원 경영정신
다가올 미래 사회를 미리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일 것이다. 미래학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욕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미래를 얘기하고 있지만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실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미래 사회를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래학 책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사실 저자인 스탠 데이비스는 87년부터 꾸준히 미래에 관한 책들을 저술해왔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연구 결과를 총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저자는 2부에서 경제의 기본 모델이 바뀌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탄생한 ‘접속 경제(혹은 연결된 경제)’가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했던 경제의 근본 원리를 바꾸고 있다. 연결된 경제는 속도(speed), 접속(connectivity), 무형의 가치(intangible value) 등 세 가지 특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때 속도란 모든 상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면서 고객과 기업간의 시간적, 공간적 경계가 없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접속이란 인터넷의 발달로 고객과 기업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하고 무형의 가치란 모든 산업이 소프트화 되면서 서비스, 정보, 브랜드, 감정 등 무형적인 가치가 경제에서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접속 경제의 특성을 흐릿하고 어스름한 상태를 의미하는 명사인 ‘블러(blur)’ 라는 개념을 이용해 경계가 불분명한 세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블러의 세계에서는 지식과 상상력이 물리적 자본보다 더 중시되고 상품과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되며 실물 시장이 점점 금융 시장의 특징들을 반영하는 등 모든 경계가 속속들이 무너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사례를 들어 의료, 교육, 국방 부문이 각각 과거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 국방의 역할이 정보 시대에서 바이오 경제시대로 바뀌면서 역할이 변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경청할 만 하다.
3부에서는 이러한 경제 변화와 함께 기업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선 정보 기술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모든 기업이 정보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고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 되는 지식 기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가격 설정과 같이 기업 내부적으로 수행했던 활동들이 시장 기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예컨대 노동 시장이 개별 종업원들의 가격을 설정함에 따라 인적자원관리 부서의 역할이 과거의 단순 인력 관리 기능에서 인적 자산 구축 기능으로 전환될 것이다.
미래를 연구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한 책의 1장은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