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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정치풍향계 ‘우향우’

입력 | 2002-03-15 18:05:00


2000년대 들어 서유럽의 정치 풍향계가 급속히 ‘오른쪽’으로 쏠리고 있다. 17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포르투갈에서 중도우파인 사민당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90년대 후반 좌파 정권이 풍미했던 서유럽에서 우파의 세력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정치 지형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보수 정권 등장과 맞물려 서방 선진국들이 거센 보수화 물결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서유럽의 거센 우파 바람〓1997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중도좌파 노선을 표방하는 전세계 정부지도자 모임인 진보정상회담을 창립했을 때만 해도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중 11개국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국에서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올해 대선 및 총선이 예정돼 있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좌파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왜 우파인가〓먼저 ‘정치 사이클’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0년대 후반 서유럽에 좌파가 득세한 것처럼 2000년대는 우파가 바람을 타고 있다는 것. 프랑스 르몽드지는 “유럽 좌파가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진보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우파가 냉전과 대처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쓴 바 있다.

신경제가 확산되면서 복지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우파 정권의 입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 좌파에서 우파로의 정권교체는 좌파의 경제 실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의 우파 득세가 국익 우선 외교를 부각시키면서 국가간 이해충돌을 촉발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포르투갈 중도우파 사민당 득세▼

포르투갈에서 사민당이 승리할 경우 95년 이후 7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포르투갈 총선은 99년부터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를 이끌던 안토니오 구테레스 총리가 지난해 12월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사임한 데 따라 이루어지는 것. 호세 마누엘 듀라오 바로소 총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이 에두아르 페로 로드리게스가 이끄는 사회당보다 5∼10%포인트 앞서고 있다.

사회당 집권 7년 동안 유럽연합(EU) 국가에서도 하위 수준인 경제성장률과 재정 건전성, 공공 및 의료 서비스가 더 악화됐다는 게 포르투갈 국민의 불만. 연간 평균 임금 1만843유로(약 1250만원)는 EU 15개국 중 최하위이며 지난 16년간 1인당 평균생산성이 3%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도 EU 국가 중 꼴찌다.

여기에다 지금도 9만명이 수술을 기다리는 등 의료 서비스도 엉망이다. 이 때문에 사회당 정권은 ‘지난 25년간 최악의 정부’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다.

우파적 개혁을 통해 포르투갈 경제를 손보겠다는 사회민주당의 공약이 국민에게 먹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사민당 지지율 상승의 주된 배경이 사회당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데다 바로소 총재도 카리스마가 부족해 사민당 역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 연정 구성이나 소수파 정권 출범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