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씨(왼쪽)와 김일호씨
“시베리아와 중국 대륙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한국인의 기상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싶습니다.”
40대 자영업자와 대학생이 은륜(銀輪)에 몸을 싣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벌판을 지나 중국을 거쳐 백두산 천지까지 1만5000여㎞에 이르는 대장정에 나선다. 충북 제천시에서 의류판매업을 하는 이춘구(李春究·46)씨와 전남 여수대 환경공학과 4학년생인 김일호(金一鎬·25)씨가 그 주인공.
이씨 등은 다음달 1일부터 3개월 일정의 ‘한민족 하나 되기 위한 시베리아 자전거 횡단’을 위해 3명의 지원팀과 함께 27일 모스크바로 떠난다.
이들은 모스크바를 출발해 니주니노보고로트∼옴스크∼이르쿠츠크∼울란우데∼블라디보스토크∼연해주에 이르는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며 현지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에게 ‘자전거 횡단’의 의미를 알릴 계획이다.
이씨 등은 러시아 국경을 넘어 중국 훈춘(琿春), 룽징(龍井)을 들러 중국 동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뒤 민족 분단의 비극인 6·25 전쟁 발발 52주년이 되는 6월 25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두 사람이 시베리아 횡단에 나서게 된 것은 2년 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주최한 ‘북한 결핵어린이 돕기 유럽 4개국 자전거 투어’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달여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성금모금운동을 벌이던 두 사람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고려인과 중국동포들의 얘기를 듣고 이들에게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기위해 대륙 횡단을 결심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7000여만원이 넘는 비용을 마련하는 게 큰 문제였다. 이씨는 지인들을 찾아가 1000만원을 어렵게 구했고 대학생인 김씨는 돈 구하기가 여의치 않자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창회와 대학 등지서 도움을 받아 1000만원을 만들었다.
“자전거 횡단을 하는데 비용이 턱 없이 부족하지만 꼭 시베리아대륙 횡단에 성공해 백두산 천지에 태극기를 꽂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산악자전거 타기가 취미로 이씨는 오지 자전거 탐험대장을, 김씨는 여수대 산악자전거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시베리아의 강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최근 전남 여수에서 2박3일간 혹한훈련을 했다는 두 사람은 ‘세계 최초 시베리아대륙 자전거 횡단’이라는 기록을 세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