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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탈북자 단속강화 우려

입력 | 2002-03-15 18:18:00


탈북자 25명은 베이징(北京) 소재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가 한국행을 성사시켰으나 중국 대륙을 떠도는 다른 탈북자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것을 우려해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

지난해 장길수 가족 망명사건 후에도 중국은 탈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마침 당시에는 탈북자들이 대거 은신해 있던 둥베이(東北)지방에 살인사건이 빈발, 중국 정부가 이른바 ‘옌다’로 불리는 대대적인 범죄소탕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로 인해 탈북자들의 이동과 유민화 현상도 가속화됐다. 한동안 둥베이지방에 은신해 있던 탈북자들이 중국 정부의 단속을 피해 대거 대도시로 나왔던 것.

97년 고향인 함북 회령을 떠나 지린(吉林)성 허룽(和龍)현의 한 농가에서 일하며 은신해 있던 탈북자 L씨(50)도 당시의 단속을 피해 지난해 7월 톈진(天津)으로 이주했다.

그는 “장길수 가족 사건 후 중국 정부가 단속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주변에 숨어 지내던 탈북자들이 대거 다롄(大連)이나 칭다오(靑島) 톈진 등 대도시로 떠나갔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당국은 지린성 옌볜조선족 자치주 일대에 “탈북자를 신고할 경우 2000위안의 상금을 지불한다”는 전단을 붙이기도 했으며 수천명을 북한에 송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베이징 관계자들의 얘기다. 탈북자들은 농촌에서 일손을 도우며 은신해 있을 때에 비해 대도시로 몰리면 상황이 더 비참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톈진으로 이주한 L씨도 이주 직후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걸식생활을 계속하다 겨우 임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공장에 들어가 있다. 그는 15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시 단속이 강화될까 두렵다”며 “또 다시 단속이 시작되면 하늘 아래 갈곳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