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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성적 나쁘다" 반장당선 무효화

입력 | 2002-03-15 18:30:00


충남 논산여중이 학생들이 투표로 뽑은 반장을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새로 뽑기로 해 말썽을 빚고 있다.

15일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교측은 11일 3학년 반장 김모양(15)이 성적이 상위 50% 이내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선거를 실기하기로 했다는 것. 김양이 학생들의 투표로 반장으로 뽑힌지 5일만의 일이다.

김양의 아버지(44)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장으로 선출됐다며 좋아하던 딸이 이날 울먹이며 학교에서 돌아와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너는 성적이 좋지 않아 임명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양의 담임 최모 교사는 “반장으로 임명하는데 교칙이 문제가 돼 ‘네 성적이 어느 정도냐’고 물은 적은 있다”며 “최근 부임해 학교 교칙이나 학생들에 대해 잘 몰라서 빚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교칙은 ‘반장으로 선출되려면 성적이 가급적 상위 50%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측이 반장의 요건으로 리더십 보다는 성적을 강조해‘성적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을 뿐아니라 학생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한 반장을 당선 무효화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학교측은 이 문제가 표면화될 상황에 처하자 거짓말을 일삼아 빈축을 샀다.

학교측은 당시 반장 선거는 임시 반장을 뽑기 위한 절차였기 때문에 투표 없이 김양을 임명했다고 해명했지만 확인 결과 당시 선거는 접전이 심해 2차 투표까지 이어졌고 임시 반장은 김양이 아닌 다른 학생이 이미 맡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논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