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달리자, 서울을 달리자.’
달리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뛸 수 있는 아마추어 마라톤인구는 약 2만명선. 하프코스이상까지 포함하면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마라톤동호회도 불과 6년전에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것이 요즘은 20명 이상 되는 것만 따져도 1000여곳에 이른다.
국내에서 일반인들의 마라톤 참가가 시작된 것은 94년 제65회 동아마라톤때부터. 하프코스 1개부문에서만 실시된 94년대회의 참가자는 불과 194명. 그러나 이 수치는 95년 162명(풀코스), 96년 781명(5,10㎞,풀코스), 97년 1882명(5,10㎞,하프,풀코스)으로 늘더니 2000년에는 5,10㎞부문을 폐지 했는데도 8518명으로 급증했다. 선착순으로 마감해 하프, 풀코스로만 치러진 2001년 참가자는 1만786명. 역시 풀코스만으로 제한해 1만2000명 선착순 마감한 올 대회는 신청자가 몰려 37시간에 마감해야 했다.
마라톤대회도 엄청나게 늘었다. 10년전만 해도 동아마라톤 등 몇개대회를 빼놓곤 아마추어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월평균 10회꼴인 120여개 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3, 4월에 열리는 대회만도 전국에서 40여개나 될 정도.
물론 이웃 일본의 마라톤 열기에 비교하면 국내 달리기 붐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일본육상경기연맹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서 1년동안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2000개정도. 이중 200개 대회가 일본육상경기연맹이 공식인정하는 풀코스대회다. 일본은 마라톤 등록선수만해도 20만명이나 돼 남녀 통틀어 200명도 안되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왜 이렇게 마라톤마니아가 늘까. 전문가들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예를 들어 산업화에 따른 도시인들의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증가를 그 으뜸 원인으로 꼽는다.
대략 1인당 국민총생산(GNP) 5000달러 정도면 마라톤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하고 1만달러대가 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 그러다 1만5000달러대가 되면 마라톤이 일반화 되며 전국민의 3∼4%대가 마라톤 마니아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마라톤에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88올림픽이후. 89년 1인당 GNP가 5185달러로 막 5000달러를 넘어선 것과 거의 일치한다. 이 분석에 따르면 현재 30만명에 이르는 국내 마라톤 인구는 적어도 10년이내에 300만명으로 증가한다는 계산.
마라톤의 최대매력은 살빼는데 가장 좋은 운동중의 하나라는 것. 더구나 특별한 운동장비도 필요없다. 언제 어디서나 공간만 있으면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마라톤 상식으로 인한 부작용도 크다.
몸이 비만인 경우 살을 빼지 않고 달리다가 부상 당하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 비만자는 3∼4개월 꾸준한 걷기로 살을 빼고 다리 근육을 강화한 뒤 달려야 한다.
또한 어린이들은 장거리를 뛰어서는 안된다. 뼈가 약한 어린이들은 너무 긴거리를 달리면 성장판이 해를 입기 때문이다. 미국스포츠의학회는 연령별 달리기 최대치를 △9세이하 3㎞ △10∼11세 5㎞ △12∼14세 10㎞ △15∼16세 21.2㎞ △17세 30㎞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황규훈 건국대감독은 “동양인은 서양인들보다 뼈가 상대적으로 늦게 굳기 때문에 미국스포츠의학회가 규정한 연령보다 2, 3세 늦게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황감독은 “현장 경험상 남자의 경우 대학 3, 4학년쯤 돼야 비로소 풀코스를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는 “최근 마라톤 붐이 일면서 과사용 증후군으로 인한 부상 환자도 늘고 있다.”며 “부위별로는 무릎 관절-발목-발바닥 순으로 부상이 많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특히 무릎 관절 부상 가운데에는 무릎 앞 덮개뼈에 통증이 오는 연골연화증이 많이 생기고 연골이 파열되거나 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교수는 “마라톤 부상은 운동량을 급격히 늘리는데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부상을 막으려면 1주일에 운동량을 10% 이상 늘리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화성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