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당국은 16일 최병섭씨 가족 등 탈북자 25명의 ‘집단 망명’과 관련해 대대적인 탈북자 검거작업에 들어갔다.
탈북자 및 조선족들이 동북 3성으로 가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베이징(北京)역 등 기차역과 시외버스 터미널엔 탈북자로 보이는 여행객들에 대한 신분증 검사가 강화됐으며 베이징의 빈민촌 등 탈북자들이 주로 숨어드는 일반 가옥들에 대한 가택수색도 실시됐다.
베이징 외교가인 싼리툰(三里屯)거리의 경계도 삼엄해졌다. 1명이었던 스페인대사관의 경비군인은 2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서유럽 국가 대사관들도 잇따라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 절차를 한층 강화했다. 앞으로는 외국 대사관을 이용한 탈북자들의 ‘기획 망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상사원은 “공안 당국 고위간부로부터 이번에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도운 독일인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44)가 ‘150명의 탈북자들이 또 다른 대사관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중’이라고 밝히는 바람에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장길수 가족 집단 망명 때보다 단속이 더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베이징의 탈북자들은 14일부터 바깥 출입을 아예 포기했다. 일부는 도움을 주는 한국인조차도 모르게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국행 기회만을 엿보며 중국에서 떠돌고 있는 10만∼30만명의 탈북자들에겐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 지원단체들의 언론매체 활용에 대한 자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 쟁점이 됐지만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해 결국 단속만 강화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남한행은 조용한 가운데 매년 2배씩 급증하고 있다. 99년 148명에 불과하던 북한 이탈 입국자 수는 2000년 312명에 이어 지난해엔 583명으로 늘었다. 올해만도 벌써 123명. 이는 한국대사관은 물론 동남아 및 서유럽 대사관들의 조용하고 은밀한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베이징 주재 외교관들의 지적.
중국 공안당국은 이번 단속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반발을 우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교회 등은 수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 공안당국은 ‘북한 측이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을 폭파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대사관 측은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으며 경비태세도 평상시와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