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서 세번째가 팀장인 남궁성은 교수
강남성모병원 부인암센터의 환자들은 남궁성은교수(진료팀장)를 ‘스마일 의사’로 부른다. 그는 주말에도 쉬지않고 병원에 나와서 일일이 암환자들을 만나며 불편한 것들을 챙길 정도로 자상한 사람이기도 하다.
남궁교수는 부인암센터의 2세대 리더이다. 1세대 리더였던 김승조교수는 74년 초음파검사법와 조기혈액검사법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해 당시 여성 자궁암중 가장 많았던 융모상피암(임신에 관련돼 태반에 생긴암)을 퇴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교수의 배턴을 이어받은 남궁교수는 자궁입구에 생긴 자궁경부암의 조기진단검사에서 독보적인 의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국책지원과제(G7프로젝트)로 ‘세포진(診)검사 자동화시스템’을 최근 개발해 자궁경부암 진단율을 기존 40∼80%에서 95%로 끌어 올렸다.
또 김교수가 20년전에 개발한 ‘한국형자궁경부촬영기’와 ‘자궁경부암 판단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켰다. 이는 개원의사가 한국형자궁경부촬영기로 환자의 자궁경부를 찍은 뒤 이 팀에서 주도하고 있는 한국 부인암 연구재단에 보내면 이곳 소속의 전문 판독 교수들이 암여부를 진단해주는 시스템. 국내 산부인과 개원의 중 30%가 이 시스템으로 자궁진단을 의뢰하고 있다.
팀엔 남궁교수를 포함해 7명의 부인암전문의가 포진해 있다. 난소암의 이준모 임채춘, 융모상피암의 배석년, 자궁경부암의 안웅식, 외음부암의 박종섭, 자궁내막암의 김진우교수 등이다. 이들은 각각 20년 이상 치료와 연구를 쌓은 베테랑. 매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만 10여편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 대학병원과 비교할 때 3배 정도 많은 숫자.
지난 한해동안 이 팀은 부인암 환자의 수술만 400∼500건을 실시해 국내 최다 기록을 세웠다.
남궁교수는 “대한산부인과학회자료에 따르면 2000년 부인생식기암 환자 6000명 중 85%인 5100여명이 자궁경부암, 10%인 600명이 난소암일 정도로 국내엔 자궁경부암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여성암발병 순위는 폐암 위암 자궁경부암순이다. 암세포가 약간있는(상피내암) 단계는 뺀 순위로 이를 포함시키면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1위인셈.
남궁교수는 “자궁경부암은 95∼99%가 사마귀바이러스로 알려진 ‘휴먼 파필로마바이러스(HPV)’에 감염돼 생기는데 대부분의 경우 성접촉이 원인”이라면서 “건강한 성생활이 가장 큰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 △자궁경부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기 시작하는 ‘상피이형증’ △암세포가 상피에만 있고 기저층을 침투하지 않는 ‘상피내암’ 단계를 거쳐 발생한다. HPV에 감염됐다고 모두 암에 걸리진 않지만 상피내암으로 진행하면 자궁경부암이 되기까진 1∼15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자궁 검사를 통해 ‘휴먼 파필로마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6개월에 한번은 검사받는 것이 좋다.
조기진단법은 △면봉이나 칫솔모양의 특수도구로 자궁의 입구를 살짝 긁어내는 현미경검사법인 ‘세포진검사’ △자궁경부에 초산등을 투여해 변화를 검사하는 ‘자궁경부 확대촬영검사’ △자궁경부의 점액을 떼어내 HPV검사를 하는 ‘DNA칩 검사’ 등이 있다.
세포진검사만으로는 진단율이 40∼80% 정도이지만 다른 검사를 병행하면 98% 까지 올라간다.
배석년교수(부인과 과장)는 “자궁경부암은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월경과 상관없이 팬티에 피가 살짝 묻어나는 것부터 쏟아지는 출혈, 성교후 출혈 등이 생긴다”며 “이 땐 가까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선진국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 후진국형 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두가지. 여성의 질내 환경이 깨끗하지 못할 때 생기기 쉽고 선진국에선 미리 치료해 암으로 악화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배교수는 “결혼 등으로 성접촉을 시작한 후 1∼2년 뒤엔 반드시 세포진검사 등을 하고 그 뒤에도 매년 1년에 한번씩은 세포진검사 등을 하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되면 외래에서 간단히 치료받을 수 있고 완치율도 거의 100%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편은 외도를 피하고 여성 본인은 성접촉 때 위생에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교수는 충고했다. 남궁교수팀은 지난해부터 국내 처음으로 ‘자궁경부암 선택절제 수술’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엔 자궁과 그 주위 림프절은 다 떼내는 수술을 했지만 지금은 수술 전날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방사선동위원소를 투여하고 수술할 때 방사선 검색기를 이용해 방사선동위원소를 찾아서 암이 번진 림프절만 선택적으로 떼내는 수술을 한다. 이로인해 다리부종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게됐다.
“자궁경부암이 걸린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생존율인데 초기에 수술로 치료하면 90% 이상이 생존하며 중기 이후라도 의료진과 환자가 어느정도 노력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납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부인암 전국 명의들
산부인과에서 자궁암 난소암 등 여성생식기암을 보는 의사에게는 경륜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분야와는 달리 이 분야의 명의들은 대부분 나이가 50세 이상이며 40대는 ‘명함’을 내기 힘들다.
동아일보에서 2000년 연재한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의 산부인과 여성생식기암 명의 리스트에 지난해 연재한 ‘베스트 중견의사(50대 미만)’에서 명의로 소개된 의사들이 거의 없었던 이유도 바로 경륜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이효표 교수는 사람사마귀바이러스(HPV)가 어떤 경로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지 결정적 단서를 밝혀냈고 복강경 치료, 항암제 동맥 주입법 등을 도입해서 연구와 치료 양쪽에서 1인자로 꼽힌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김재욱 교수는 부인암의 수술과 항암요법 대가로 꼽힌다. 고려대 구로병원 서호석 교수는 조기자궁경부암진단 등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가이다. 또 울산대 서울중앙병원의 목정은 교수는 자궁암과 난소암의 수술과 항암요법의 권위자, 남주현 교수는 초기 부인암 내시경수술의 국내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서 여성생식기암 분야 명의로 추천받은 의사들의 명단은 표와 같다.
▼부인암 분야 전국의 명의들▼
이름
소속
전화번호
이효표
서울대
02-760-2381
김재욱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02-361-6140
서호석
고려대 구로
02-818-6091
남궁성은
가톨릭대 강남성모
02-590-1482∼3
이준모
가톨릭대 강남성모
″
배석년
가톨릭대 강남성모
″
목정은
울산대 서울중앙
02-3010-3611
이제호
성균관대 삼성서울
02-3410-2240
김승조
포천의대 분당차
031-780-6193
남주현
울산대 서울중앙
02-3010-3611
박종택
성균관대 삼성제일
02-2000-7575
강순범
서울대
02-760-2381
박상윤
국립암센터
031-920-1230
허주엽
경희대
02-958-8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