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과 위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가 오히려 식도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의료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대 전염병 전문의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HP가 위산이 위에서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과 식도암의 일종인 식도샘암종을 예방한다고 최근 밝혔다. 따라서 무조건 HP를 없애지 말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제거여부를 적절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죠셉 프로메니 박사는 여기에 더해 “HP 감염자가 미국에서 급격히 감소한 뒤 만성적인 속쓰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으며 식도샘암종 환자는 해마다 8%씩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미국의 시사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최근호를 통해 소개됐다.
새 연구결과에 따르면 HP에 감염돼 있을 동안은 위 내벽의 염증이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의 활동을 방해해 위산의 생성을 막는다. 위산이 적어지면서 속쓰림 증상이 줄어들고 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식도 손상까지 예방하게 된다는 것.
이들 연구진은 HP에 감염된 사람은 위산이 역류하는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절반밖에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휴스턴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그레이엄 박사는 “유일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HP는 이미 죽은 HP일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에서의 식도암 환자와 HP 감염률과의 상관성을 밝힐 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