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는 요즘 사격이나 킥복싱 등 ‘터프’한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으로 광고에 등장한다. 이 광고는 그림이면 그림, 피아노면 피아노 등 못하는 게 없고 남성적인 스포츠에도 수준급인 여성을 ‘당당하다’고 일컫는다. 내숭은 더 이상 여성의 미덕이 아니라는 것.
이처럼 아이스하키 농구 드럼 등 ‘거칠고 맹렬함’ 속에서 활력소를 찾는 직장 여성이 늘고 있다.
홍보대행업체 브라이먼커뮤니케이션에 근무하는 서여운씨(29)는 99년말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동호회 ‘클럽엣지 아이스하키팀’(www.clubedge.net)의 부회장.
스케이트와 스틱을 비롯해 몸에 부착해야 하는 각종 장비의 무게는 건장한 남자에게도 힘겨울 정도지만 일단 얼음 위에 올라가면 서씨는 무서운 속도로 바람을 가른다. 1주일간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온몸의 근육을 쓰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과격한 운동이라 다칠 때도 있다. 서씨는 지난해 말 경기도중 팔이 부러져 3주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현재 서씨를 포함해 여성회원은 모두 4명.
제일제당의 밴드 모임에는 3명의 여성 드러머가 있다. 제약사업부의 장은영씨(29)는 지난해 초 큰 맘 먹고 드럼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의 쭈뼛거림이 없어지고 스틱을 ‘마구’ 휘두르게 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요즘은 남성 못지 않은 손목 힘으로 시원한 소리를 뽑아내는 ‘박력 드러머’로 꼽힌다. 회장 비서실의 이순성씨(28)는 “드럼은 과격하기도 하지만 정밀하게 리듬을 맞춰야 하는 섬세한 음악”이라며 “스케일이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럼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드럼을 쳤다는 인천특판팀 윤미정씨(29)는 직장인 밴드뿐만 아니라 ‘아줌마 밴드’를 결성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화유통 장윤주씨(27)는 ‘선수급’ 아마추어 총잡이다.
아직은 주로 서 있는 표지판에 쏘지만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클레이 사격을 해본 뒤 그 ‘손 맛’도 잊지 못한다. 장씨가 사내 사격 동호회에 가입한 것은 지난해 6월. ‘사격 요정’ 강초현 선수를 한화유통이 영입하면서 사격붐이 일었고 사내 사격동호회가 결성된 것이다. 장씨는 “얌전하게 생긴 편이어서 남들이 약하게 평가하곤 했는데 사격을 하면서부터 상사들이 야근도 믿고 맡긴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 번 토요일에 태릉 선수촌을 찾는 한화의 사격동호회원은 모두 48명이며 그중 여성이 6명이다.
코오롱정보통신과 미국계 CA가 합작투자한 라이거시스템즈의 장유진씨(26)는 농구 동호회(26명)에서 4명뿐인 여성 멤버 중 하나.
장씨가 처음에 농구 동호회에 가입했다고 하니 주변 반응은 이랬다. “응원단이야, 후보선수야?” 그러나 얼마전 경기에서 한 골을 넣은 후 시선이 달라졌다. 장씨는 “농구로 다지는 팀워크가 업무상 동료직원들과 신뢰를 쌓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