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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둘러 ‘불법 노조’ 강행해서야

입력 | 2002-03-17 18:05:00


정부는 지난달 말 공무원노조 도입에 관한 단일안을 마련해 노사정(勞使政)위원회에 제출했다. 노사정이 단일안에 합의할 경우 연내에 특별법을 만들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6년부터 공무원노조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두 공무원 조직이 실정법을 무시한 채 서둘러 법외 노조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처사다. 1998년 공무원의 단결권이 인정된 이래 4년째 끌어오는 문제라고는 하나 공무원노조는 이렇듯 밀어붙이기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공무원노조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느냐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노조 출범을 강행하는 측은 “공직사회 내부의 부정부패와 관료주의를 타파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 눈은 아직 부정적이다. 공무원노조가 결국 집단이익을 앞세워 국가행정을 흔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풍조에 대한 곱지 않은 눈길도 크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더구나 양대 선거와 월드컵 축구대회 등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공무원조직이 불법을 무릅쓰고 노조 출범을 강행하는 것은 정권 말 레임덕을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당장 노조 출범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는 정부와 불법노조 측이 맞설 경우 국정에 적잖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이나 선진 외국의 예에 비추어 공무원 노조의 필요성을 모두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가공무원이 실정법을 어기며 노조 출범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무슨 명분을 내세우든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가 특별법을 추진하고 4년 뒤 시행하자는 문제를 이렇게 우격다짐 식으로 풀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그동안 공무원직장협의회 등이 기울인 노력도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