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5명의 ‘기획 망명’은 남북한과 중국 모두에 과제를 안겨주었다.
우선 중국이 이번 사건을 인도적 차원에서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에 따른 국제적 위상 변화를 고려했기 때문이나 향후 중국의 대응은 이번과는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어떤 형태로든 인권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중국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 대대적인 탈북자 단속과 함께 탈북자와 지원단체들 간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등 탈북자 문제 발생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개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다시 공론화됨으로써 국제적 수모를 당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동북 3성 지역 등에 ‘조교’(탈북자 색출반)를 동원한 탈북자 단속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에 대해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명시한 북-중 간 ‘불법 월경자 처리에 관한 규정’(80년대 중반 체결)의 엄격한 이행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탈북자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도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 국내 문제인 만큼 우리 정부가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탈북자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다는 데 우리 정부의 고민이 있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와 관련, 인권을 앞세운 미국식의 대중(對中)외교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