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동아서울국제마라톤이 17일 일본 전역으로도 중계돼 레이스의 재미뿐만 아니라 서울풍경과 한국의 마라톤 붐을 전해주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대회는 TV 아사히가 오후 2시부터 2시간 반동안 전 대회를 독점 녹화 중계했다.
일본은 일본육상경기연맹에 등록한 마라토너만 20여만명에 풀코스 공식대회 200여개를 포함해 크고 작은 대회가 2000여개에 이르는 마라톤 왕국. 더욱이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최고기록 보유자이자 일본의 희망인 후지타 아쓰시(藤田敦史·26·최고기록 2시간6분51초)가 출전해 우승, 관심이 더 높았다.
일본 TV가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을 중계한 것은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에는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둔 이웃국가라는 점도 보는 재미를 더해줬다. 아나운서는 “이번 동아마라톤에는 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 선수들에게 모두 초청장이 발송됐다”며 “결국 22개국이 참가했지만 어느 대회보다 국제성이 풍부한 대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광화문 숭례문 올림픽공원 롯데월드 잠실스타디움 등 일본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서울의 모습을 지상과 하늘에서 생생하게 보여준 것도 수확이다. 선수들이 종각 옆을 지날 때는 “해가 바뀌는 밤에는 이곳에서 33번 종을 치는 관습이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엘리트 선수와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성 마라톤대회’는 일본에 없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출발선에 선 1만2000여명의 참가자들을 보고 “마라톤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대 퍼레이드라고 해야 할까요”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또 “인터넷으로 일반 참가자의 신청을 받았는데 37시간 만에 마감을 해야 했다”며 “한국의 마라톤 인기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본 TBS도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의 동아마라톤 완주기를 녹화해 조만간 방영한다. 중국 CCTV도 20일 밤 중국 전역에 녹화 방영할 예정이다.
한편 17일 열린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3회 동아마라톤대회의 주관 방송사인 KBS는 보도 및 스포츠국 기자와 PD 200여명 등 예년보다 2배 늘어난 중계요원으로 이날 경기를 4시간 동안 생중계했다.
사용 장비는 헬리콥터 2대, 중계차 7대, 크레인 1대, 오토바이 1대, 카메라 25대 등. 특히 매연이 없는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를 각각 1대씩 투입해 선두 다툼을 벌이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표정까지 생생하게 전달했다. 수소자동차가 마라톤 중계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헬리콥터로 마라토너들과 코스 주변 경관의 조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호평을 받았다.
KBS의 박현정 동아마라톤 중계팀장(스포츠국 부주간)은 “일본의 TV 아사히, 중국의 CCTV에도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예년보다 인력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TV 아사히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체 취재 화면과 KBS 영상을 편집해 우승자인 후지타 아쓰시(25·후지츠)의 경기 모습에 초점을 맞춰 동아서울국제마라톤을 일본 전역에 녹화 방영했다.
일본 TBS는 다섯 시간에 걸친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33)의 마라톤 완주기를 녹화했다. TBS 측은 특집 휴먼 다큐멘터리 ‘유미리라고 하는 인생’의 ‘5회-생명’편을 제작 중이다.
한편 중국 CCTV는 KBS의 화면을 그대로 받아 여자부 우승후보로 꼽힌 웨이야난과 한국 권은주 선수의 접전을 전국에 생중계했다.
특별취재반
도쿄=심규선특파원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