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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영수/中企,수출기관차로 키우자

입력 | 2002-03-17 18:45:00


각종 경제지표가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시장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기와 과열 조짐이 보이고, 주식시장은 상승추세가 급격하여 버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야단법석이다. 이처럼 일부에서는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그 진정책으로 금리 인상까지 언급하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된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고강도의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주식시장의 최근 급등세는 문제가 있지만 경기선행지표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제조업을 비롯한 실물 경제 전반의 상황으로 볼 때 우리 경제는 과열보다는 경기 회복의 초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다품종 다지역 수출 쉬워▼

경기 회복과 과열에 대한 최종 판단의 몫은 수출과 기업의 투자에 달려 있다. 기업의 투자는 비록 감소세를 벗어났지만 아직 본격적인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이 여전히 두자릿수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이다. 수출이 증가해야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 압력과 국제수지의 악화 등이 상쇄된다. 따라서 경기 논쟁보다 정부는 내수, 수출, 투자를 어떻게 균형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냐에 몰두할 시점이다.

수출이 특히 관심과 염려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기만 하면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도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 제품의 경쟁력 수준은 일단 접어둔다 해도 도처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지난 4분기에 기대치를 웃도는 1.4%의 성장을 기록하였고, 유럽과 동남아지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에 있고, 미국의 철강 고율 관세 부과가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의 대테러전쟁 확대 여부, 최근에 일시적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 가치의 하락세 지속 여부 등 부정적 요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 수출의 가장 큰 취약점인데, 수출품목과 대상지역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석유화학, 선박 등 5대 수출품목의 비중이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대상지역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만 해도 35% 수준이며, 일본, 동남아국가연합(ASEAN), 중국을 포함하면 70% 수준이다. 물론 특정 품목이나 지역의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많이 수출한다면 그만큼 고기술 고품질의 제품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며, 일본의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비중이 45% 이상 점하는 경우가 전자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수출이 몇 개의 품목과 지역에 치중하다보니 특정 품목이나 지역이 부진할 경우 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대기업 위주의 소수 품목과 지역에 편중된 불안정한 수출산업구조로서는 해외경기 변동에 따라 국내 경제가 위기에 직면할 경우 수출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품목의 수출로 주력 품목의 대규모 수출감소를 완화하고, 여러 지역의 틈새시장 공략으로 수출 하락시 주력 수출국가에 대한 수출의 감소를 보전하여 수출변동 폭을 줄이는 안정적인 수출이 필요하다.

▼대기업 위주 수출구조 바꿔야▼

작년 총수출이 12.7% 감소한 가운데 대기업의 수출은 21.1%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수출은 1.7% 증가하였다. 벤처기업의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일반 중소기업의 벤처기업화 현상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 하락시에도 중소기업의 수출이 수출 증가와 안정을 견인하고 있음은 향후 이들의 역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해외경기 변동에 적절한 대응력을 갖춘 수출산업 구조로의 전환은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다. 불안정한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품목으로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수출기업화로 수출 구조의 포트폴리오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