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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항의… 충고… 성화… 피할 수 없는 네티즌

입력 | 2002-03-18 17:18:00


인터넷 보급률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한국에서 네티즌의 파워는 점점 막강해지고 있다. 스타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연예인 대부분이 인터넷을 즐긴다. 홈페이지에 자주 들러 팬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각종 소문을 접하기도 한다.

영화배우 김승우는 한 월간지에 후배 여자 연기자와의 관계에 대해 하지도 않은 인터뷰 기사가 나가자 억울한 심정에 잠을 못 이루다 새벽에 직접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무리 판매 부수 경쟁에 시달리는 월간지라고 해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를 쓰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며 분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나마 인터넷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가수 서지영과 교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류시원도 처음 두 사람의 밀회에 대한 제보가 뜬 곳이 인터넷이었고 이를 류시원이 직접 인정하고 발표한 것 역시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서였다.

한동안 활동을 쉬다가 오랜만에 한 방송국 드라마로 다시 연기활동을 재개한 어느 여성 연기자는 처음에는 홈페이지에 거의 매일 들어가 얼마 되지 않는 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이제는 일일이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팬이 늘어 접속 건수만 봐도 내심 흐뭇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인기스타 K양은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데 그 중에서도 고스톱 마니아다. 물론 대부분 가명이나 아이디를 쓰는 인터넷 게임에서 그녀가 본명으로 등록했다해도 아무도 실제 그녀라고 믿지 않겠지만 아무튼 많은 네티즌들이 그녀와 밤마다 고스톱을 즐겼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타와의 고스톱! 온라인상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게임을 하다 전자 코인이 떨어지면 다급하게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해결할 정도로 고스톱에 열심이다.

네티즌들의 위력은 때론 드라마의 결말을 바꿔놓기도 한다. ‘겨울 연가’의 윤석호 감독은 그야말로 눈물 제조기라고 할 정도로 슬픈 결말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달라는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결국 주인공 중 아무도 죽이지 않고 결말을 짓기로 했다.

필자가 예전에 이영자의 다이어트 파문을 다루면서 한편으론 그녀가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했다가 약 200여통의 항의성 메일을 받았고, ‘H.O.T’의 해체 문제를 다뤘을 땐 ‘토니사랑’, ‘우혁짱’ 등의 아이디를 가진 수많은 팬들로부터 약 300여통의 메일을 받았다.

지난주 박중훈의 유학 시절 영어 실수담을 소개하면서 “ Do You Have The Time? (지금 몇 시입니까?)”에서 정관사 ‘The’를 빼먹은 실수를 하자 전국에서 수 십 명의 영어선생님을 포함한 네티즌들의 애정 어린 충고를 들었다. 이처럼 네티즌들은 공인에겐 팬이자 홍보대사이며 동시에 일종의 감시단이나 마찬가지이다. 익명성을 지닌 그들이 언제 어떤 글을 인터넷에 올릴지 모르기 때문에 공인들은 늘 행동을 조심하고 바른 생활을 해야만 구설수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