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남자’.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인 동양 오리온스의 정태호 단장(52·사진)은 17일 TV로 생중계된 정규리그 시상식장에서 사회자로부터 ‘눈물 흘리는 남자’로 소개받으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정 단장은 시즌중 선수들로부터 고생한 얘기를 들을 때면 자신의 일처럼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고 뜻밖의 승리를 챙길때면 선수들 앞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버지뻘되는 단장이 눈물을 쏟는데 마음을 열지 않을 선수가 있었을까.
정 단장은 2000∼2001시즌이 한창이던 2000년 11월말 농구단장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고 결국 시즌 꼴찌팀의 사령탑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개인적으로도 인생에서 꼴찌는 처음.
오기가 생긴 정 단장은 사람 만나는 것도 중단한 채 일주일에 2,3일씩 훈련장에 나가 직접 공을 받아주는 일을 빼놓지 않았고 ‘꼼꼼대왕’이란 별명에 걸맞게 선수들의 애로사항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그런 노력의 결실을 거두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이번 시즌 팀 우승의 영광을 안은 것.
이날 시상식장에서 우승트로피를 받아들고 다시 눈물을 뿌린 정 단장은 “방송을 통해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사실이 알려져 집사람에게 핀잔을 들었지만 팀이 우승했는데 무슨 대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