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도 훈련.’ 바둑 고수들의 대국을 많이 관전하다 보면 어느새 지켜보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히딩크 감독은 “뛰어난 팀의 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것도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선수들에게 축구 중계 방송을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 훈련 캠프는 ‘부교재’가 넘쳐난다.
스페인의 주말은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으로 전역이 들끓었다. 17일 벌어진 두팀의 경기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프리메라리그 최대의 이벤트. 입장권 가격도 평소 경기의 5배가 넘게 뛰어올랐으나 경기장은 초만원을 이뤘다. 이 경기는 전국에 생중계됐고 대표선수들도 각자의 방에서 히바우두, 지단, 라울, 이에로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몸놀림을 유심히 관찰했다. 선수들은 유럽 프로축구 정규리그 경기가 벌어진 18일에도 스페인 리그를 비롯, 독일 분데스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의 중계 방송을 참고서로 삼았다.
히딩크 감독은 7일 레알 마드리드와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가 벌인 스페인컵 결승전 TV중계를 시청하고 토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고 10일에는 스코틀랜드 리그 최고 명문인 셀틱과 레인저스의 라이벌전을 선수들과 함께 보기도 했다. 또 현재 진행중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중계방송도 여가 시간을 가진 선수들을 붙잡고 있다. 적어도 ‘보는 훈련’에서 만큼은 대표팀은 최적의 시기와 최적의 장소를 택한 셈이다.
라망가(스페인)〓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