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활동시한을 일주일가량 남겨두고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와 여권 실세가 관련된 의혹을 찾아냈다. 김홍업씨의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의 차명계좌를 추적하던 특검 관계자의 입에서 ‘못볼 것을 봤다’는 말이 나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못볼 것을 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 특검 수사가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접근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성환씨가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치밀하게 돈세탁을 해 돈의 정체와 행방을 감추려고 한 것으로 미루어 떳떳지 못한 돈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김성환씨는 특검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도피함으로써 의구심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김홍업씨 측에서는 친구간에 돈을 빌리고 갚는 단순한 대차관계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왜 돈세탁을 한 차명계좌를 이용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아태재단을 통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나서 경위를 해명해야 한다.
의혹의 미궁 앞에서 특검이 법적 시한에 묶여 머뭇거리고 있다. 김성환씨 부분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특검은 검찰이 축소수사로 덮으려던 이용호 게이트를 파헤쳐 짧은 기간에 실로 큰 성과를 이룩했다. 검찰총장의 동생이 이용호씨 회사에 취직해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대가성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고 아태재단 상임이사가 금감원 조사 무마 명목으로 받은 돈도 추적해냈다.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이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에 비추어 중요한 단서가 드러난 마당에 시간적 여유와 법적 권한이 주어진다면 못 밝혀낼 것이 없다고 본다. 대통령의 아들과 관련된 부분이 불거진 것은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서이다.
일주일로는 검찰 간부의 수사기밀 누설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특검이 25일까지 수사를 종결하고 관련자료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에게 넘길 예정이라고 하지만 국회는 국민적 기대를 감안해서 시한 연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