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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장석환/가뭄 조기경보시스템 도입하자

입력 | 2002-03-18 18:39:00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환경전망 2000’ 보고서를 통해 향후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과제는 ‘물 부족’과 ‘지구 온난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처럼 물의 소중함에 대한 관심과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염려되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봄 가뭄 및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근래에는 우리나라가 68, 78, 82, 94∼96년에 걸쳐 가뭄에 시달렸고 주기도 1900년대 이후 5∼6년 주기로 짧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올 2월까지 강수량은 서울 186㎜, 경기 134.1㎜, 강원 179.3㎜로 예년에 비해 60% 이하 수준이며 전국 13개 다목적댐과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이 크게 낮아져 봄 가뭄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농번기인 4, 5월까지 이어지면 또 한번 물 대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현재 13개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율은 35.6%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약 4%포인트 낮고, 예년 평균 저수율보다 약 7%포인트 낮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가뭄경보나 예보, 위험진단, 피해경감과 복구 등의 기능을 가진 기구나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가뭄은 다른 재해와 달리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경보체제’를 통한 피해 경감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은 1998년 ‘국가 가뭄 대책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어 ‘가뭄 피해경감본부’(NDMC· National Drought Mitigation Center)와 ‘국가 가뭄 정책위원회’가 발족되어 있다. 이들 기구는 가뭄 정책에 있어서 사전 대비와 피해경감에 역점을 두고 사후 긴급구호보다 감시와 조기경보, 위험진단을 우선으로 한다. 중국에서도 1995년 설립된 ‘중국 국립기후센터(Chinese National Climate Center)’가 ‘중국 홍수-가뭄 감시장치’를 개발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가뭄과 홍수의 발생 및 전개상황 등을 조기에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뭄 발생을 경보하지도 않고 축적된 기술도 미미하며 관계 법령도 없다. 홍수는 재해영향평가법이나 하천법 등으로 예방하고 집중호우시 5대강 홍수 예·경보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가뭄은 천천히 진행되지만 일단 발생하면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여러 가지 상황으로 진행되며 피해 규모나 종류도 광범위하다. 따라서 가뭄주의보나 조기 예·경보를 통해 전 국민 물 절약 홍보와 함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확하고 합리적인 물 수요 추정에 의해 객관적이고 신뢰성있는 용수 수요량을 제시하고 가뭄 발생시 물 공급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갈수 관리 시스템’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장석환 대진대 교수·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