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유엔 총회는 2002년을 ‘세계문화유산의 해’로 선포했다. 이는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보존되고 있는 바미안 석굴을 파괴해버린 것에 대처하기 위해 유네스코 제31회 총회 결의안에 뒤따른 것이었다. 또한 올해는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약’을 채택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현재 7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해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 유산들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미 2개월이 지난 ‘세계문화유산의 해’에 우리 문화유산을 위해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올림픽경기대회를 개최한 바 있고, 월드컵축구경기대회를 곧 개최하려고 하는 우리가 세계문화유산을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 문화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이전과는 다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새로운 문화유산을 찾아 등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심도 깊은 토론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구체적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문화재청은 우리 문화유산의 개괄적인 모니터링을 세계문화유산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에 용역을 맡겨 의미 있는 결과를 학계에 보고토록 했다. 하지만 이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에 불과하다. 차후 계속되는 발전적이고 심층적인 계획이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 세계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한 각 국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세계문화유산의 등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계획이 필수적이다. 행정단위에서 시작하는 준비를 벗어나 ICOMOS 한국위원회와 협의·준비하는 조직적인 태세가 필요하다.
셋째, 세계문화유산을 개수할 경우 반드시 ICOMOS 전문가팀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해야 한다. 이는 ICOMOS 본부의 협조와 승인을 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요구되는 절차다. 현재 각 행정단위가 맡고 있는 문화유산 관리는 ICOMOS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북한은 현재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7곳(문화유산 3곳, 자연유산 2곳, 복합유산 2곳)을 올려놓고 있다. 그 가운데 고구려 고분 벽화에 관한 등재 신청서를 6월경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사업들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서는 지금이라도 계획성 있게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아직 10개월이나 남아 있는 ‘세계문화유산의 해’를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을 널리 알려 다시금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융조 충북대 교수·고고학·세계문화유산협의회 한국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