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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생활의 먼지 털고 유채꽃길 따라 씽씽

입력 | 2002-03-20 17:28:00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인근 유채꽃밭 .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오면…

12일 아침 제주 북제주군 협재해수욕장. 머리엔 헬멧을 쓰고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왁자지껄 부산하다. 이들은 산악자전거(MTB)로 제주도 일주에 도전한 서울 중랑구자전거연합회 42명의 회원들.

37세부터 70세까지 다 모였다. 대다수가 40대인 이른바 ‘아줌마부대’. 모두 MTB를 탄 지 1년이 채 안되는 초보들로 지난해 중랑천 둔치에서 열렸던 2주짜리 무료자전거강습회 수료생들이다.

관내 MTB숍 ‘바이크랜드’를 운영하는 이은철씨가 마련한 강습회 수료생들이 모여 지난해 10월 연합회를 결성해버렸다. 지금은 회원만 130여명에 이른다.

최고참이 4월 첫강습회 출신인 회장 지정자씨(61). 주위에선 만능스포츠우먼으로 통하지만 자전거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안장에 한번 앉아보곤 마니아가 돼버렸다. 김현옥씨(37)는 MTB를 배운 뒤 식욕은 더 생겼는데도 체중이 4㎏나 빠졌단다.

매주 목요일 한차례 모임을 가졌던 이들은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바람이 났다’. 그래서 정한 것이 봄꽃맞이 제주도 MTB 나들이. 물론 처음도전하는 장거리 투어다.

#어쿠 힘들어, 그래도 샛노란 유채꽃을 보니 반갑네

MTB를 조립하고 출발한 시간은 오전 11시. 행사를 주관한 남털보씨(52·한국산악자전거협회 안전이사)가 트럭 짐칸에 올라타 ‘출발’이라고 우렁차게 외치자 ‘와∼’하며 페달밟기에 여념없다.

코스는 섬 서쪽에서부터 시작해 자구내포구∼모슬포∼송악산∼중문∼서귀포까지 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서귀포∼성산일출봉∼종달리해안∼만장굴∼제주시로 돌아오는 180여㎞ 구간.

처음엔 어린소녀처럼 재잘거리던 자전거행렬은 20㎞가 넘어서자 말수가 적어졌고 두시간여 달린 40㎞ 지점에서 첫 낙오자가 나왔다.

사단이 벌어진 곳은 송악산 해안절벽오르막길. 입술을 꼭물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던 20여명이 ‘어쿠’하며 자전거에서 내려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출발한지 5시간이 된 오후 4시 중문단지 3만여평의 유채꽃밭이 눈에 들어오자 이들은 언제 앓는 소리를 했었냐는 듯이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유채밭사이로 도랑같은 길을 왕복하길 서너차례. 서울과는 달리 맑은 공기와 유채꽃 향기가 힘을 북돋운 탓일게다.

#MTB 이런 맛에 타는거구먼

투어 둘째날인 13일. 전날 무리한 탓에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법도 한 대 아무도 머뭇거림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이란 찬사를 받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돌아 성산 일출봉으로 행했다. 하지만 일출봉 앞에 또다시 유채꽃밭이 펼쳐지자 일렬로 정렬됐던 대열은 없어지고유채밭으로 돌진. 꽃을 맞이한 아주머니들은 소녀들처럼 천진난만했다. 유채밭에서 시간을 지체해 종달리해안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가까워졌고 남은 거리는 50㎞나 됐다.

이제부터 강행군. 또다시 아무도 말이 없다. 김녕해수욕장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던 것도 생략하고 목적지 제주시에 도착한 시간이 6시를 조금 넘긴 때.

무리한 탓에 27명은 차례로 버스에 올랐고 15명만이 안장에 앉아 들어왔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땀 빼고 나니 시원하네, 이래서 하루종일 타는구먼”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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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