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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X게이머에게는 하늘도 좁다"

입력 | 2002-03-20 17:31:00


경기 부천시 X게임파크에 ‘B3’ 국내 최고수 세명이 오랜 동면을 깨고 한자리에 모였다. X게임 1세대인 이들은 함께 있어도 좀처럼 말이 없다. 말이 왜 필요해. 하프파이프를 타고 올라 하늘로 치솟으면 말그대로 ‘기분 짱’인데…. 그러나 이들도 자신들을 우상으로 여기는 후배들에게는 할말이 많단다. 그것은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기 때문.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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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3’ 동호인 2만여명

▼스케이트보드 이상이“장난아닌 묘기에는 박수를”

육중해 보이는 몸집과는 달리 이상이는 보드에만 올라서면 이상할만큼 날렵하다. 그가 버트(하프파이프)를 타고 하늘로 오르면 거대한 물체가 새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것 같다. 이상이는 2001 전국 X게임을 비롯해 그동안 열린 각종 대회 스케이트보드 부분을 석권해왔다.

방향을 180도 바꾸면서 보드 자체만으로 점프하는 ‘백사이드 알리’는 그의 많은 특기 중 하나. 그의 파워는 겨우 팔짝 뛰어 스케이트 앞뒤를 바꿔타는 재주를 부리는 후배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그가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접한 때는 13년 전. 동네 아는 형들이 타는 것을 보고 따라하다 나중엔 외국서적을 보며 혼자 동작을 끊임없이 연구해 고수가 됐다.

그가 가장 화나는 대목은 스케이트보드를 어린아이들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것. “공을 림에 넣는 농구는 유치하지 않고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끝내주는 묘기를 선보이는 보드는 애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정말 이상하죠”라고 말한다.

겨울엔 그는 전문 스노보드강사로 변신. 보드 타는 실력이 버트건 눈이건 별로 달라질리 있나. 하지만 그는 “여름철 정말 타고 싶은 스케이트보드를 맘껏 타려고 돈 벌어두기 위해 겨울엔 스노보드를 탄다”고 말한다. 스케이트보드에 애정이 많은 탓.

“다른나라 실력이 늘어 한국이 이제 아시아에서 제일 못타는 것 같아요, 후배들을 빨리 가르쳐야 되는데…”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인라인스케이트 오세림“내 이름 딴 기술 남기고파”

‘B3’ 종목 중 가장 스피드가 높아 날렵한게 바로 인라인스케이트. 정식 경기용어로는 어그레시브 인라인. 같은 버트(하프파이프)를 사용하는데도 인라인스케이트를 발에 신은 오세림은 남들이 한번 왕복할 때 두세번은 휙 휙 지나다니며 하늘을 날았다.

높게 올라 체공성이 좋은 오세림의 ‘에어’는 농구로 치면 마이클 조던의 에어덩크라고나 할까?

요즘 유치원생들도 타는 인라인스케이트를 그는 군에서 제대한 뒤인 96년에야 처음 신었다.

학교 다닐 때 남들이 다하던 축구나 농구도 별로 해본 기억이 없다. 성격이 내성적인 탓에 여럿사이에 끼여 노는 것이 싫었던 탓이다.

그런데 인라인스케이트는 달랐다. “혼자하는 거니까 누구하고 성격 때문에 부딪힐 일이 없잖아요? 혼자서 열심히 했죠, 어렵게 외국선수들 비디오를 구해 밤새 연구해 동 트자마자 나가서 연습해보고….”

지난해에는 대회 참가보다 대회 심사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했다. 자세의 정확성이나 이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추다보니 심판에 ‘딱’이었다고 옆에 있던 스케이트보드 고수 이상이가 대신 말해준다. 물론 오세림이 수줍음을 잘 타는 탓이다.

그렇다고 선수생활을 포기할 생각은 없단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꼭 자신의 이름을 붙이고 싶기 때문이다.

▼바이시클스턴트 전상철“외로운 독학… 후배가 아쉬워”

바이시클스턴트(BMX)는 묵직하다. 평지에서 각종 묘기를 부리는 스트리트게임을 보면 마치 외발자전거로 묘기를 부리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파크에선 붕 떳다 떨어질 때 저러다 다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구조물을 뛰어넘으면서 공중에서 360도 제비돌기를 한 뒤 반대편으로 10점만점짜리 착지를 하는 백플립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낸 선수가 바로 그다.

그가 처음으로 백플립에 성공한 때가 94년. 87년 처음으로 BMX를 접한 뒤 꼬박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어려서 오토바이를 좋아하던 그는 중학생이던 어느날 오토바이도 아닌 것이 생긴 것이나 달리는게 비슷한 바퀴가 ‘쬐끄만’ 자전거를 보게 됐다. 그게 바로 20인치짜리 바퀴를 단 묘기 위주 자전거인 BMX. 미친 듯이 중고서적점에서 외국잡지를 뒤졌고 비디오분석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이 없단다.

전상철은 ‘B3’ 고수들 중에서도 후배들 사랑이 남다르다. 본고장 미국에서조차 다른 X게임 종목과는 달리 BMX는 한때 고사위기에 처할 정도로 선수층이 얇기 때문.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다닌다. 어디가서? 전국 X게임 파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담당자를 붙들고….

그는 요즘 새로운 X게임파크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있던 아시아X게임대회에 후배들을 이끌고 다녀왔다.

●‘B3’란?

젊은 스포츠의 대명사 ‘X게임(eXtreme Games)’ 중 가장 인기있는 종목인 인라인스케이트와 스케이트보드, 바이시클스턴트(BMX)을 묶어 ‘B3’라고 부른다. 인라인스케이트가 흔히 블레이드(Blade)라 불려 세종목에 공통적으로 알파벳 ‘B’가 들어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