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의 예서체 현판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묵향(墨香) 그윽한 고서화의 세계. 한 번 매료되면 벗어나기 힘은 묵향에 흠뻑 취해볼 있는 굵직한 기획전들이 고서화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22일부터 4월11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산방 화랑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리는 ‘완당과 완당 바람-추사 김정희와 그의 친구들’, 7월14일까지 서울 경복궁 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조선시대 풍속화전’, 5월25일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박물관에서 열리는 ‘근역서휘(槿域書彙) 근역화휘(槿域畵彙) 명품전’.
주로 조선시대의 고서화 명품들을 선보이는 전시여서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눈밝은 이들은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완당과 완당 바람’은 조선 최고의 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드높은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엄정하다(완당은 김정희의 또다른 호). ‘조선시대 풍속화전’은 조선 후기의 풍류와 낭만을 느낄 수 있어 편안하고 즐겁다. ‘근역서휘 근역화휘 명품전’에선 전시작보다도 그것을 수집한 독립운동가이자 한학자 미술사가였던 위창 오세창(1864∼1953)의 뜨거운 문화재 사랑에 가슴이 숙연해진다.
미술사학자인 유홍준 명지대교수의 ‘완당 평전’ 발간 기념을 겸해 기획한 전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추사의 예서체(隸書體) 명품, 제주도 시절 편지원본 등 추사의 서화 70여점과 그의 벗과 제자, 지인들의 작품 40여점이 전시된다.
추사가 제주 유배생활을 마치고 쓴 예서체 현판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단계 벼루, 차 끓이는 대나무 화로, 시를 지을 수 있는 작은 집이면 족한다’는 뜻으로, 추사의 강직한 정신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품이다. 특히 거친 듯 힘이 넘치면서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글씨체가 일품이다.
19세기 청나라 학자 정조경(程祖慶)이 추사에게 문안올리는 모습을 그린 ‘문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