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고요?”
유엔은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군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는 시민들이 물에 대해 실제로 가지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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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지역으로 비 한방울이 귀한 중동 아프리카의 국가들과 해마다 물난리를 겪고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실제로 동떨어진 측면이 많다.
지표상으로 우리나라는 마구잡이로 물을 쓸 정도로 물이 풍족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283㎜로 세계평균(973㎜)을 상회하지만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1인당 연 강수총량은 2705㎥로 세계 평균인 2만6800㎥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유엔에서는 93년부터 사막도 없는 우리나라를 리비아나 이집트와 같은 물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즉 유엔이 물풍요국가 물부족국가 물기근국가를 선별하는 기준은 강수량 면적 인구뿐인데 우리는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몰려 살다보니 강수량이 많아도 인구가 상쇄해 버리는 것.
또 강우량이 여름 한때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홍수 피해에 취약하고 반면에 겨울과 봄에는 가뭄이 빈발해 수자원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6∼9월 연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되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연 강수량의 5분의 1에 불과한 양의 비가 내린다.
더욱이 최근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라니냐 등 기상조건의 변화로 기후의 변동폭이 커졌다는 것도 문제다. 하루에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등 이른바 ‘극단적 기후’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의 물 기근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건설부의 설명이다. 건설부는 물 소비량을 줄이더라도 인구 증가 때문에 2011년까지 무려 18억t의 물이 더 필요하며 그러자면 최소한 12개의 대형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부는 2011년까지 △생활용수는 73억1200만t에서 87억4900만t으로 △공업용수는 33억5500만t에서 40억4300만t으로 △농업용수는 158억7500만t으로 △하천유지용수는 75억4800만t에서 83억6800만t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북서부권 삽교서해안 충북남부권 경북중서부권 낙동강 동해안 및 경남북 동부권 등의 용수 부족이 가장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의 물이 진짜 부족한가’라는 데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물부족국가의 선정기준이 연 강수총량을 인구로 나눈 것인데 그렇다면 현재의 인구가 유지되는 한 아무리 물 공급을 늘려도 물부족국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廉亨喆) 회원팀장은 “2011년까지 부족해진다는 18억t 중 6억t은 기존 댐의 방류량을 상호 연계해 조정하는 등으로도 충당할 수 있어 실제 부족량은 12억t인 셈인데 이것도 수요량이 크게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그때까지 물 절약 캠페인을 통해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22억t의 물이 수요량 예측에 반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농지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용수는 늘려 잡는 등 오류 투성이라는 것이다.
환경부 남궁은 상하수도 국장은 “물 수요량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소비패턴이 계속될 경우 물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와 같은 국가 차원의 공급위주 용수정책은 생태계 파괴 및 주민 반대에 부닥치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절수시설 설치 의무화, 지하수 및 하수 처리수 재이용 등 물 아껴쓰기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