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내달 17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21일 “의사가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면서 “만일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면 파업에 참가한 의사는 법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행 의약분업제도의 문제점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해서는 의협 측과 성의를 다해 대화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협의 의약분업 철폐 주장이나 의정협의체 구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의협 주수호(朱秀虎) 공보이사는 총파업 수위와 관련해 “내달 17일 하루만 파업을 하자는 의견과 무기한 하자는 의견 등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정부에 대한 ‘1차 경고’ 성격의 파업이며 정부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파업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최근 회원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의약분업을 ‘국민의 정부 제1 실책’으로 규정했다. 보험료를 거듭 인상해도 건강보험재정은 차입금이 1조8000여억원이나 되며 2월 당기적자도 961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위급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표 참조). 게다가 약물 오남용 억제라는 명분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당장 의약분업제도를 철폐하고 원점에서 의약분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의정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 의협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약분업은 과거 의사와 약사, 정부가 함께 참여한 협의체에서 합의한 뒤 시행했으며 1년 9개월째 시행되면서 항생제 주사제 사용이 줄어드는 등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는 견해다. 또 대통령 직속기구인 ‘의료제도발전위원회’가 이르면 3월 중 발족하는데 의협도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별도로 의정간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2000년에 이어 또다시 전국 병의원이 일제히 문을 닫는 ‘의료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