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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영균/이혼

입력 | 2002-03-22 18:24:00


세계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는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경영의 도사인 그도 가정경영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는지 두 번째 부인과 마침내 이혼도장을 찍었다. 파경의 원인은 경영전문지의 편집장이던 이혼녀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혼남과 이혼녀의 만남치고는 약 4000억원이나 되는 위자료가 엄청나 화제를 뿌렸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선 네 번째 이혼한 여배우의 얘기를 그저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이혼은 결혼만큼이나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기야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와 이혼한 찰스 왕세자도 이혼녀와 연애 중이고 엊그제 방한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이혼남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이혼율도 이젠 선진국 수준이다. 지난해 모두 13만5000쌍, 하루 평균 370쌍이 헤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개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혼이 많아지다 보니 이혼 풍속도 과거와는 딴판이다. 예전엔 외도나 성격차이로 갈라서는 부부가 많았으나 요즘엔 경제문제로 이혼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오래된 부부의 황혼(黃昏)이혼도 유행처럼 번진다.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비중이 11.3%로 10년 전보다 3배로 늘었고 이혼 후에 재혼하는 비율도 여자가 남자보다 높다. 기혼여성 10명 중 7명이 ‘다시 태어나면 지금 남편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어느 상담기관의 여론조사결과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처럼 헤어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이혼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다. 이혼수속을 법적으로 마치기 위해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건 물론이지만 보다 ‘성공적인 이혼’을 도와주는 ‘이혼전문’ 인터넷사이트까지 생겨날 정도. 이혼 후의 경제적인 자립, 자녀문제 등 ‘성공적인 이혼’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재혼을 알선하기도 하는데 30대 안팎의 여자와 50대 남자가 항상 부족한 편이다. 서울의 강남 어딘가엔 이혼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사교클럽이 새로 생겼는데 몇달치 회비를 선불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이러다간 별탈 없이 사는 사람까지도 이혼생각이 나지 않을까 싶다.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아예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제도를 제안한 적이 있다. 20대 남자는 40대 여자와 결혼하고, 20대 여자는 40대 남자와 결혼한다. 다시 남자는 40이 되면 이혼하고 20대 여자와 결혼하고, 여자는 40이 되면 20대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 이상 이혼하게 돼 있는 어처구니없는 제안이지만 요즘처럼 이혼이 늘어나다간 이처럼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 든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