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중국까지 ‘철강 전쟁’에 가담함으로써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한국의 철강수출 기상도가 더욱 흐려졌다.
22일 EU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중국의 반(反)덤핑 조사 발표가 나오자 한국정부와 관련업계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표 이후 우려해온 ‘후(後)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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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철강수출 사면초가
한국업체 수출의 15∼16%를 차지하는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취했을 때부터 정부와 업계는 대미(對美) 수출 감소 못지않게 이 같은 연쇄반응을 걱정했다.
중국이 이번에 반덤핑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냉연강판 한 가지지만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 물량 기준으로 국내 철강 수출의 26.8%, 금액으로는 27.4%를 차지하는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이 가운데 냉연강판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수출액 18억4000만달러의 18.6%로 3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중국이 9월경 예비판정을 내리면 이때부터는 반덤핑 관세분을 예치해야 통관이 가능하다.
정부와 업계는 반덤핑 조사를 벌이더라도 중국 측이 주장하는 한국산 제품의 ‘반덤핑 마진율’ 32.05%는 지나치게 높아 낮춰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대상 5개국 가운데 한국의 반덤핑 마진율이 가장 높은 데다 앞으로 조사대상 품목이 확대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주장에 무리가 적지 않지만 한국정부와 업계의 대응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냉연강판 수출이 많은 일본은 중국 측의 반덤핑 혐의 조사대상 기간인 작년 한 해 동안 수출 물량이 30만t 줄어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중 냉연강판 등 철강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20.4%나 늘어 집중타깃이 됐다.
동남아쪽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태국은 이미 올 1월 품목에 따라 수입산철강에 대한 관세를 종전보다 20∼25%포인트나 높였으며, 말레이시아는 15일 관세율을 무려 50%포인트나 올리는 등 자국 시장 방어에 나섰다.
한편 EU의 최고 30% 수입관세 부과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은 중국의 반덤핑조사 결정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EU에 대한 철강 수출이 전체의 5% 남짓으로 많지 않은 데다 EU가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한 대상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대신 유럽으로 밀려드는 철강’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 이병우 통상팀장은 “EU는 최근 3년 동안의 수출물량을 보장하면서 추가로 밀려드는 범위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이른바 실적수량 보장 쿼터(TRQ)를 적용할 것으로 보여 기존 EU 수출 물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대비 물량은 2.5% 늘었지만 금액은 11.8%가 줄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