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조만간 두번 째 당 내분사태 수습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기자회견에서 1차 수습안을 제시한 데 이어 22일 측근정치 논란의 표적이 된 하순봉(河舜鳳) 부총재가 자진 사퇴했는 데도 당내 갈등의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총재의 2차 수습안도 19일 기자회견의 큰 흐름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측근은 25일 부총재들이 일괄사퇴하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비상대책기구 등을 출범시키기보다는 당3역과 일부 중진 의원들이 참여하는 약식 회의체를 만들 것 같다고 24일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총재가 당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1차 수습안의 수준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이 같은 2차 수습안으로 당 내분이 진정될지는 미지수다.
소장파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24일 긴급회의를 갖고 하 부총재 외에도 광범위한 인적청산이 더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오세훈(吳世勳) 공동대표가 전했다. 또 회의에서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총재는 향후 총재직 경선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류 내에서도 내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견이 엇갈려 강온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창화(鄭昌和) 신경식(辛卿植) 최돈웅(崔燉雄) 김기춘(金淇春) 의원 등은 이 총재에게 총재 경선 불출마 등을 건의한 당내 일부 세력에 대해 “적전분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최병렬(崔秉烈) 강창희(姜昌熙) 부총재 등은 23일 이 총재를 만나 총재단 사퇴 후 비상대책기구 신설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이들은 또 비상대책기구에서 지도체제 문제를 포함한 각종 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새로운 제도를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중국 방문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 사이에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였다.
김 의원은 “이 총재도 나를 만나 할 얘기가 없을 것이고 나도 (이 총재를) 만날 마음이 없다. 마음의 정리를 했다”고 언급해 탈당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으나, 홍 의원은 “할 말이 없다”며 침묵했다. 홍 의원은 19일 이 총재 면담 때 이미 당 잔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져 이 총재의 향후 설득 노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