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는 다시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그 ‘뜨거운 감자’가 검찰을 살리는 호재가 될지, 검찰을 두번 죽이는 악재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특별검사팀의 수사에는 제약도 많았다. 수사 규모에 비해 불과 105일이라는 짧은 수사 기간과 특검법상 제한된 수사 범위는 원초적 제약이었다. 수사의 칼날이 대통령 아들과, 사실상 대통령이 주인인 아태평화재단을 겨눌 때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온 협박성 반응도 제약이었다. 대통령 아들을 위한 청와대의 비호와 변론이 대표적인 예다.
잘못이 없다면 형사미성년자도 아닌 대통령 아들 본인이 직접 해명하거나 특검에 자진출두라도 했어야 할 일이다. 특별검사팀이 수사 중인 데도 이 정도였으니 검찰이 수사할 때는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서울지검 특수부와 대검 중앙수사부는 검찰 사정 수사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통한다. 이들 검찰의 ‘정예 조직’이 실패한 수사를 불과 몇 명으로 급조된 ‘외인군단’이 수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명경지수(明鏡止水).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가 특검팀 출범 때 한 이 말은 그 비결의 핵심이다. 명경지수처럼 사심 없는 마음으로 수사한 것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세속적 기준으로 보자면 특검팀은 ‘약체’였다. 검사장 경력도 없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검사’ 출신이라는 특별검사. 현직 검사 시절 ‘잘 나가는 축’에 들지도 못했다는 부장검사 출신 특별검사보. 현역 검사들은 특검팀의 활약을 보며 ‘그동안 검찰 인사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결국 특검의 성공은 수사하는 사람들의 마음 자세가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수사의 성패는 ‘수사 능력과 기술’보다 ‘수사 의지’가 좌우한다는 것을 이번 특검 수사는 보여줬다.
인사의 독립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검사들이 눈치를 보고 외압과 내압에 굴복하는 것은 인사가 독립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사들이 안팎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눈치를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사 때문이다. 더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 정치권력과 상관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 멤버들은 수사가 끝나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면 될 뿐이다. 더 이상 갈 곳이 따로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눈치를 볼 이유가 있었겠는가.
의사 결정의 신속성도 성공 요인의 하나였다. 특검팀은 일선 수사관이나 특검보가 특별검사에게 곧바로 보고하고 실행에 옮기는 시스템으로 가동됐다. 층층시하의 검사들은 지휘부 결재 과정에서 간부들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며 시간을 끌어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 사이에 수사는 궤도를 이탈하기 일쑤다.
인재의 활용도 중요했다. 특검 수사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은 3명의 파견검사들이었다. 검찰은 이들을 중용하지 않았지만 차 특검은 이들의 진가를 알고 차출했다. 이들은 검찰 조직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특검 성공에 기여했다.
치욕스러운 일이겠지만 검찰은 이제 특검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명재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수도승 같은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도 없이 언제든지 자리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처럼 집무실 책장도 비워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검찰을 책임진 총장은 수도승이 아니라 거악(巨惡)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총사령관이 돼야 한다.
권순택기자 사회1부장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