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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로얄 테넌바움', 상처받은 천재가족의 행복찾기

입력 | 2002-03-25 18:00:00


《‘Family Isn’t a Word. It’s a Sentence.’(‘가족’이란, 단어가 아니라 문장입니다.) 때론 영화 제목보다 카피 한 줄이 영화 주제를 더 잘 함축한다. 영화 ‘로얄 테넌바움’의 원문 카피도 그렇다.

이 영화는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이 20년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모이게 된 식구들이 아픈 과거와 화해하고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코미디물.

주어, 술어, 목적어, 수식어가 서로 엮이고 얽혀 온전한 의미를 갖는 문장이 만들어지듯, 가족 역시 서로 부대끼고 부딪치는 관계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이 카피는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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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가족

테넌바움가(家)의 3남매는 모두 상처가 있는 천재들이다. 입양된 장녀 마고(기네스 팰트로)는 15세때 희곡을 쓰기 시작해 훗날 퓰리처상까지 받으나 결혼한 뒤에는 남편 몰래 바람을 피고 담배만 끼고 산다.

맏아들 채스(벤 스틸러)는 초등학교 때 신종 생쥐를 교배해 사업 수완을 보였던 금융 귀재. 하지만 아내가 사고로 죽자 수시로 두 아들에게 비상대피 훈련을 시키며 안전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막내 리치(루크 윌슨)는 10대 때 주니어 테니스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스포츠 스타. 그러나 짝사랑했던 누나 마고가 결혼을 발표하자 테니스를 그만두고 바다를 떠돈다. 여기에 어머니와 그 연인, 마약복용자인 소설가, 마고의 남편까지 모두 8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많은 인물들이 모두 생명력을 지니는 것은 8명의 스타들의 열연 덕분. 특히 로얄역의 진 해크먼과 기네스 팰트로가 돋보인다.

#색다른 형식과 유머

이 영화는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하다. 책처럼 총 10장(章)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각 장을 8명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돼 이끌어가며 전체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간다. 여기에 관객에게 우화를 읽어주는 듯한 내레이션(알렉 볼드윈의 목소리)이 곁들여진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이 영화는 의상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영화속에서 3남매의 옷차림은 10대 때나 30대 때나 똑같다. 마고는 늘 라코스테 미니 원피스, 채스는 주황색 아디다스 운동복, 리치는 필라 티셔츠만 입고 있다. 이는 세 남매의 캐릭터가 10대에 모두 형성됐으며 이후 정신적 성장이 멈췄음을 상징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 스스로도 “이 영화에는 뉴욕의 문화사가 배어 있다”고 말했듯 ‘로얄 테넌바움’의 정서와 유머는 다분히 미국(뉴욕)적이다.뉴욕타임스나 CNN 등이 한결같이 이 영화를 가장 미국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존 어빙이나 J.D 샐린저의 소설과 유사하다고 짚은 것도 그런 맥락. 이런 영화의 ‘맛’을 국내 관객들이 어떻게 즐길지 궁금하다. 15세 이상. 29일 개봉.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