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합니다.”
1997년 7월 미국 입양아 성덕 바우만(29·당시 미공군사관학교 생도)에게 골수를 이식했던 서한국(徐漢國·30·경북 영천시)씨. 그는 요즘 골수기증자 모임을 만들고 있다.
고향인 충남 공주시를 떠나 지난해 3월부터 영천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골수이식을 해도 기증자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99년부터 1년 동안 한국골수은행협회에서 골수 기증자와 환자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사람도 막상 수술 날짜를 잡으면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일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골수를 세 번이나 기증한 사람도 아무 이상 없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군복무 중 허리를 다친 적이 있는 그는 바우만씨에게 골수 1000㏄를 이식한 뒤 평소 불편하던 허리 때문에 누워있었던 것이 마치 부작용처럼 잘못 알려졌다고 했다.
“친구들 중에는 제가 골수이식 후 죽었다는 소문도 났어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좋아하는 볼링도 마음껏 치고요. 몸에 이상이 있었다면 이렇게 결혼해서 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지난해 11월 결혼했다.
서씨는 한국골수은행협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골수이식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골수기증 등록자는 1만5000여명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절반 정도예요. 등록자 중에서 실제 기증을 하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그동안 골수를 기증했던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 예정입니다.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이식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서씨는 “바우만씨를 통해 골수이식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알게 됐다”며 “지금도 골수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백혈병 환자와 가족이 힘을 얻도록 골수기증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