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ere the Wild Things Are /모리스 센닥 글 그림/36쪽 7000원 구입처(www.helloknj.com)
1950∼60년대 영미 그림책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진다. 경제적 풍요와 인쇄술의 발달, 삽화를 뛰어넘는 그림책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에 관한 새로운 관심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와 작품들을 속속 등장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어린이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 독자적인 요구와 관심을 가진 존재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모리스 센닥(Maurice Sendak·1928∼)이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의 대표작들은 어른들 관점에서는 종잡을 수 없지만, 아이들의 절실한 마음과 천진스러움이 뒤섞여 있는 판타지를 형상화해낸 걸작들이다.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의 분노와 따분함, 두려움, 질투 등 다양한 감정들이 그 작품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도서관 대출 금지목록에 올랐다가, 오히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해서, 발간 이듬해인 1964년에 칼데콧상까지 수상하게 된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그가 창조해낸 세계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갔으며, 또 그것이 얼마나 새로운 것인가를 입증한다.
이 책은 늑대옷을 입고 장난을 치던 맥스가 저녁을 먹으라는 엄마에게, “I’ll eat you up(잡아먹겠다)”고 대들다가 굶은 채 자야 하는 벌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구나 한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을텐데, 아이로서는 큰 정서적 충격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혼자 있던 방이 숲으로 변하고, 배를 타고 괴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왕이 된다. 신나게 춤판을 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그리워져서, “잡아먹겠다,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We’ll eat you up, we love you so)”라고 소리치는 괴물들을 뒤로 한 채 다시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식탁에는 아직 채 식지도 않은 저녁밥이 놓여 있다. 아이들의 특유한 감정의 변화가 신나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주는 판타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형식면에서도 유의해 봐야할 부분이 있다. 현실세계를 다룬 초반에서는 그림이 작다가 판타지의 세계로 갈수록 점점 커져서 클라이맥스인 춤 장면에서는 양쪽 면을 가득 채우는 크기가 된다.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면서 그림이 작아지는데, 내용과 맞물리는 이러한 대칭적 구도는 명작으로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책은 아주 어린 유아들도 읽어주면 좋아하는데, 판타지 특유의 내용상의 비약을 대화로 채워주는 방식의 읽기 교재로 활용한다면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할 것이다.
김 유 경 엄마들의 모임 고슴도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