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문 MC이자 20만권이 넘게 나간 베스트셀러(‘그림 읽어주는 여자 1,2’ 등)의 저자인 한젬마씨(32).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 그리고 자신의 그림은 어떻게 읽어줄까.
그가 전시회를 연다. 27일부터 4월9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금산갤러리에서.
이 전시는 7년만의 개인전이다. 그는 사실 인기 방송인이기에 앞서 화가다.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한씨를 만나기 위해 전시 준비가 한창인 25일 금산갤러리를 찾았다.
-방송 진행과 미술 전시의 차이는….
“MC는 다른 사람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지만 전시는 제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방송 인기에 힘입어 전시회 하려는 건 아닌지 하는 세간의 시선도 있을텐데요. ‘한젬마… 어디 그림 얼마나 잘 그리는지 보자’ 하는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게 됐어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
'관계-하나되기'
-그동안 방송활동을 하면서 화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요.
“방송을 하면서도 작가라고 큰소리치고 살았는데 제 의지와 관계없이 큐레이터 혹은 미술평론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내가 누구인지, 미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죠. 그렇지만 ‘이제 미술은 내 숙명’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만큼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방송을 하면서 ‘주제 파악’을 했습니다. 제가 예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죠.”
이번 전시의 주제는 관계 혹은 소통이다. 그래서인지 지퍼 경첩 전기코드 똑딱단추 못 등 사물들을 이어주는 오브제가 많이 등장한다. 출품작은 회화이면서도 조소로서의 특성이 강하다. ‘그린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이다. 드릴도 사용하고 용접도 하고, 재료 구하러 서울 을지로 청계천과 한옥폐기물처리장 철공소 등을 다 뒤지고 다녔다.
'관계-사람'
한씨가 관계 혹은 소통을 주제로 한 것은 방송을 통해 미술을 쉽게 소개하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초부터 본격적으로 전시를 준비해온 한씨는 전시를 위해 국영케이블방송 KTV(채널14)의 ‘문화마당’ MC만 남겨놓고 모든 방송 출연과 강의 강연 등을 사절해왔다.
그의 작품은 메시지도 명쾌한 데다 깔끔한 조형미가 보는 이를 유쾌하게 만든다. 그리곤 우리네 삶의 관계에 대해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평소에도 ‘삶은 관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1995년 첫 개인전 주제 역시 관계였다.
'관계의 책'
그는 이번 전시 형식도 주제에 맞게 신경을 썼다. 전시기간 내내 오후 9시까지 갤러리 문을 열 계획이다. 낮에 업무로 바쁜 사람들이 퇴근 후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밤시간엔 지인들이 돌아가면서 갤러리를 지키기로 했다.
와인평론가 김혁, 연극인 김명곤 송승환 윤석화, 화가 임옥상, 디자이너 이상봉, 음악평론가 장일범, 정신과의사 백상빈, 방송인 박정숙, 인테리어 디자이너 남궁선, 음악인 노영심 등.
한씨는 “과거엔 그림밖에 몰랐지만 요즘엔 그림과 그 주변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도대체 미술이 무엇이냐”고…. 그는 거침없이 “미술은 대화입니다. 소통하려는 의지죠” 라고 답했다. 02-735-6317,8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