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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음반]20세기 명지휘자 그 감동 다시 한번…거장60명 CD발매

입력 | 2002-03-26 18:09:00

전집 1차분에 포함된 브루노 발터(왼쪽)과유진오먼디


20세기를 대표하는 지휘계 거장 60명의 명연주가 ‘2for1’(한 장 값에 두 장) 120장의 전집으로 부활한다. EMI DG 데카 필립스 RCA 등 세계의 대표적 클래식 레이블이 ‘연합전선’을 펼치는 거대 프로젝트다.

체코 지휘계의 거장 카를 안체를 앨범을 시작으로 최근 1차분 15종이 선보인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들’. 연말까지 60타이틀 모두가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모델은 1999년 필립스사가 발매한 ‘위대한 피아니스트 시리즈’. 대형 음반사들이 가진 음원을 모아 74명의 대 피아니스트 전집으로 완성시킨 이 프로젝트는 같은해 그라머폰 음반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번 지휘자 전집 역시 EMI가 발매를 주관하지만 앞서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따랐다. 지휘자와 수록 작품 선정은 세계적 공연 매니지먼트사인 IMG가 맡아 ‘명반’으로 주목받아온 정평있는 명연과 처음 선보이는 희귀음원을 조화시켰다.

20세기 지휘계 거장들의 역사적 연주가 60세트의 CD전집으로 선을 보인다

처음 선보인 15종을 수놓는 거장들은 안체를 외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존 바비롤리, 앙드레 클뤼탕스, 페렌츠 프리차이, 에리히 클라이버, 세르게이 쿠세비츠키, 이고르 마르케비치, 유진 오먼디, 브루노 발터 등 쟁쟁한 얼굴들. 충분한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음반을 구하기 힘들었던 아토울프 아르헨타, 프리츠 부쉬, 니콜라이 골로바노프, 니콜라이 말코, 카를 슈리히트 등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들도 눈에 뜨인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비단같은 현의 ‘오먼디 사운드’라는 전설을 남겼던 오먼디는 생전의 명성에 비해 사후 평가가 야박했던 인물. 그의 연주로 듣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가을산에 불붙는듯한 뜨거운 음색으로 귀를 압도한다. 70년대 음악감상을 시작한 ‘한세대 전의 올드팬’ 에게도 충분히 추억거리가 많은 전집이 되리라는 점을 시사하는 셈. 안체를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바비롤리의 말러 ‘부활’, 발터의 베토벤 ‘전원’도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과거의 명연이 절대적인 명연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교향악단의 합주력은 지난 한세기 동안 크게 발전해 왔으며, 녹음기술의 진보는 훨씬 더 눈부시다. 지휘자의 영웅적 면모와 ‘주관주의’를 존중하고 그들의 독선마저 용인했던 지난 시절의 연주가 오늘날 어느정도 표준화된 연주들에 비해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새로 출연하는 명연에 비해 과거의 연주에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가해지는 현실이 오늘날 음반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두터운 저항을 뚫고 살아남아 과거의 ‘주관’과 거칫한 ‘개성’까지 전해주는 과거의 명연들은 충분히 재조명을 받을 가치가 있다. 디지털시대의 명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도, 옛 거장들의 숨결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