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삐끗거리고 있다. 현재까지 총 16개 권역 중 6개 권역의 경선을 치렀으니 ‘여섯 걸음 만에 발병 난’ 격이다. 물론 경선에서 약세를 보인 후보가 도중 사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그렇게 원론적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개운치 않은 뒷맛’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실상 경선 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후보 측이 주장하는 ‘음모론’이다. ‘김심(金心)’이 노무현(盧武鉉) 후보 쪽으로 기울면서 경선이 불공정하게 흘러간다는 것인데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자체가 국민경선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말로만 의혹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증거로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만에 하나 ‘음모론’이 실재한다면 이는 경선의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해치는 것으로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당내 후보 경선조차 지역주의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가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선 포기를 고려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김중권(金重權) 후보의 전격 사퇴로 알려졌다. 김 후보의 사퇴로 노 후보가 ‘영남 단일 후보’로 떠오른 만큼 더 이상의 경선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국민경선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현실정치인 누구도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도 드러났다. 그렇다면 지역주의를 탓하기 전에 극복하려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옳다.
아무튼 이 후보의 경선 포기 여부를 떠나 민주당의 국민경선제는 이제 파행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모처럼 국민적 관심을 얻은 ‘정치 실험’이 중도에 무산되는 것은 ‘좁은 땅과 지역색’의 한계를 넘지 못한 유감스러운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