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씨의 고교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이 차명 계좌를 통해 90억원대의 자금을 입금했다가 아태재단 등에 거액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김성환씨의 행방과 비리 의혹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성환씨는 3월 8일 아태평화재단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창일 때 한밤에 잠적한 뒤 특검 수사가 끝난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성환씨는 잠적 도중 일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특검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잠적은 출처가 불분명한 수십억원대의 자금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었다.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이 ‘비정상적인’ 자금이라고 밝힌 10억여원의 조성 경위와 자금의 실제 주인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특검팀에 출두하지 않았다는 것.
김성환씨는 최근 심야 시간대를 이용해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인사들과 만나 검찰 수사에 대비한 대책을 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에서는 김성환씨가 최근 청와대 고위관계자 등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만약 청와대 관계자가 특검 수사를 피해 잠적한 김성환씨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청와대 비호 의혹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씨가 출처 불명의 자금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아 권력 핵심층이 김성환씨를 ‘보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씨와 김홍업씨의 관계에 대한 아태재단측의 해명도 일관성이 없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태재단측은 2월 초 이용호씨 사건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이 불거졌을 때 “두 사람이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고 말했다가 김성환씨가 차명 계좌를 통해 김홍업씨에게 1억원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자 “자주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아태재단은 25일 특검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김성환씨의 차명 계좌는 김성환씨의 문제일뿐 김홍업 부이사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