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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물관리 전문서낸 이원규씨 ˝한국 기록문화는…˝

입력 | 2002-03-26 18:35:00


“1950년 7월 미군이 충북 영동군 노근리 철교 밑에서 한국인 양민 300여명을 사살한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으로 무고한 우리 국민이 희생됐지만 보상받을 길이 없었습니다. 국내에 이와 관련한 자료가 전무하기 때문이죠. 가해자인 미국은 수많은 자료를 갖고 있지만 내놓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기록물 관리제도의 이해’(진리탐구)를 출간한 이원규씨(39·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사무국장)는 부실한 국내 기록보존문화의 단적인 예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한국의 기록문화는 ‘분실’과 ‘폐기’의 역사였다”면서 “행정부 등 공공기관이 매년 생산하는 문서가 800만권에 이르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문서는 70만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이 자료들을 대부분 폐기해 업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기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1998년 100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김대중 정부가 처음으로 청와대 문서를 대전의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할 예정이고 지방자치선거 대통령선거 등 권력 교체기여서 기록물의 가치가 더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는 200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문서를 관리 보존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문서 기록과 행정 수행이 끝이었지만 이제는 그 기록을 분류 보존하고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씨는 1997∼2000년 정부기록보존소 전문위원으로 재직 당시 법령 제정 및 순회교육을 맡았고 한국외국어대, 명지대 대학원에서 기록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기록물관리제도의 정착이 ‘책임 행정’과 ‘정책 실명제’ 차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기록보존소가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