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일 우리 국적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게 될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 일정은 2000년 9월 북한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대남담당비서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방한했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김용순 비서는 고려항공편을 이용해 김포공항에 도착해 포항제철 등 산업시찰에 나선 뒤 관광지인 제주도를 방문했다. 이 점에 비춰볼 때 북측은 우리 대표단을 묘향산이나 백두산 등으로 안내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회담에서는 철저한 상호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임 특보와 김 위원장의 만남은 2000년 9월 김용순 비서가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했던 식의 의례적인 면담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 재개 등 이번에 협의해야 할 의제는 대부분 북한 군부 설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많은 비중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임 특보의 만남은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아닌 임 특보의 숙소로 예상되는 백화원 또는 모란봉 초대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경호 관례 등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예상치 못한’ 시간인 심야에 임 특보의 숙소를 전격적으로 방문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임 특보는 평양에 도착한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김용순 비서,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 대남 라인과 줄곧 함께 지낼 것으로 보인다. 김용순 특사의 방한 시에도 임 특보가 당시 국가정보원장 자격으로 이들과 함께 지내며 회담을 가졌다.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