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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保革… 색깔… 편가르기 시작되나

입력 | 2002-03-27 18:31:00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이인제(李仁濟) 후보 간의 노선투쟁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정계개편 논의가 정치권의 중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의 정계개편론이 주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횡적 연대’를 겨냥한 논의였던 것과 달리 민주당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계개편 논의는 계층과 이념을 중심으로 한 ‘종적 결합’이 논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노-이 양자 간 노선투쟁의 밑바닥에는 민주당 경선 이후의 유동적인 정국 상황까지 대비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어 상황은 간단히 정리되기 어려운 형국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자민련 민국당 등 다른 정파들의 이해관계와 내부 분열 요인들까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정계개편을 둘러싼 편가르기와 줄다리기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노무현의 공개추진론과 이인제의 내부투쟁론〓노 후보는 27일 정계개편론에 대한 구구한 해석과 비판에 대해 “경선후보로서의 공약”이라고 못박았다.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타고 있는 노 후보는 정계개편의 대상으로 ‘개혁성향 의원’, 특히 한나라당 내 민주계를 겨냥하고 있다.

그가 “후보가 되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힌 것도 노 후보의 1차 지향점이 현 정권 초기에 한때 논의됐던 ‘민주대연합론’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부산-경남을 근거로 한 한나라당내 민주계를 흡수함으로써 한나라당을 허물겠다는 논리다.

여기에다 계층론을 가미시켜 서민 노동자들의 표를 보태면 대선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노 후보 측의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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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인제 후보는 본인을 ‘중도개혁세력’, 노 후보를 ‘급진세력’으로 이분화해 노 후보를 고립시키는 전략으로 나섰다. 노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삼음으로써 그가 추진하려는 정계개편 방향을 ‘좌경화’로 몰고, 이를 바탕으로 ‘노풍’도 잠재우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경선 이후 정계개편의 파도가 필연적으로 닥칠 것인 만큼 노 후보와 이념적인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이 득책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 이 후보가 중도포기보다 내부 노선투쟁을 선택한 것도 결국은 경선의 승패를 떠나 보다 큰 변화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무현식 정계개편론의 대상과 합류가능성〓노 후보는 26일 경남 통영-고성 지구당 대의원 간담회에서 “통화가 시작됐다”고 말해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의 의원들과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노 후보는 곧이어 27일 경남지역 TV합동토론에서는 “다른 정치인에게 어떤 제안을 하거나 접촉한 것은 없으며, ‘통화가 시작됐다’는 말은 상징적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노 후보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지목된 K의원 역시 접촉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후원회 행사 때 노 후보가 축사를 한 게 가장 최근에 만난 것”이라며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은 원론적으로 맞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모이자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선레이스 도중 한나라당의 패배가 확실해지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쉽게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남지역의 무소속 전직 국회의원 등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일부 인사들이 노 후보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등 영남권의 비(非) 한나라당 세력이 노 후보 쪽으로 결집하는 움직임은 상당히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시각과 대응〓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가 추진하는 정계개편은 공작과 음모를 통한 야당 의원 빼가기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강경대응할 태세다. “국회 다수당을 확보하겠다”는 노 후보의 발언만 봐도 한나라당을 인위적으로 깨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아직 후보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계개편 운운하는 것은 망발이다. 성공할 리도 없고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다른 당직자들도 “노 후보의 발언은 반(反) 의회적, 반 민주적 발언이다”(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 “정치공작으로 한나라당 의원을 빼내가는 것이 노무현식 정계개편의 실체”(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내심으로는 걱정하는 기색이다. 당직자들이 일제히 “노 후보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공작과 음모 수법을 이어 받은 모범생”이라며 노 후보를 DJ와 연계시켜 비난한 것도 영남권 의원들의 동요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진화 조치인 셈.

자민련의 경우는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직접 ‘보-혁 대결구도’를 주창하면서도 노 후보의 정계개편 구상이 ‘의원 빼가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제3세력의 엇갈린 반응〓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는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되더라도 민주당 간판으로는 본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노 후보의 정계개편 발언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노 후보가 말하는 보수 대 개혁 식의 구분으로는 승산이 없고, 지역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정계개편이 이뤄져야 선거에서 표가 나온다. 대구 경북과 충청권이 참여하는 방식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며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정계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노 후보 중심의 개편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 측근은 “정치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당 출현은 바람직하나 후보가 누가 될지 등은 여러 과정을 거쳐 검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朴槿惠) 의원 측 역시 정계개편에는 반대하지 않았으나 노 후보에 대해선 “노선과 방향이 전혀 다르다”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