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성적인 쾌락에 빠져드는 여성을 소재로 했다
술의 성분은 물이지만 속성은 불이다. 바슐라르도 알코올을 타는 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술은 사람의 욕망에 불을 붙여 타오르게 한다. 아폴로의 이성은 잠자고 디오니소스의 욕망만 날뛰는 세계에서 사람의 기분은 활활 타오른다. 그런 관점에서 술은 합법적인 마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술 광고가 그런 일탈의 분위기를 놓칠 리 없다. 특히 에로티시즘은 술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이다. 그 메뉴 중 이탈리아 산 리큐르인 갈리아노(Galliano) 광고는 좀처럼 다루지 않던 마스터베이션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금기의 벽을 깬다. 구약성서 창세기 38장을 보면 유다의 큰아들 엘과 둘째아들 오난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혼인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오난은 엘이 죽은 후 그의 형수 다말과 잠자리를 할 때마다 자기 자식이 아닌 형의 후손을 낳아 주게 되는 것을 꺼려하여 질외사정을 하였다. 여호와의 증오를 사서 오난이 갑자기 죽자 그가 자위행위로 죽었다고 잘못 받아들여졌고, 그 결과 생겨난 ‘오나니즘’이라는 용어는 죄로서 자위행위를 규정짓는 용어가 되었다.
일종의 성적 자기 도취행위라 할 수 있는 마스터베이션이 드러내기에 꺼려지는 부정적인 행위로 인식되어 온 것은 이처럼 성경의 한 에피소드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가 길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임에도 일탈된 성적 행위로 치부되어 왔기에 남녀 간의 정상적인 섹스에 비해 공론의 장으로 나오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갈리아노 광고는 여자의 마스터베이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재의 파격성을 들먹일 수 있는 소지가 더욱 클 수도 있다. 그러나 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여성의 60% 이상이 마스터베이션을 경험한다고 하니 그 행위는 감추어지길 강요당한 것일 뿐 결코 감추어질 내용은 아닌 셈이다.
광고 속에서 여성은 란제리의 어깨 끈이 흘러내린 채 서서히 자기 애무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초입에 서 있다. 그리고 여성의 옆에는 그의 이성을 무장해제시킨 갈리아노가 놓여 있다. 여기에 사진을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반쯤 눈을 감은 한 여자가 가슴을 드러낸 채 베개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있는 장면도 있다. 무방비 상태의 꿈꾸는 듯한 표정, 다리 사이로 손이 놓여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여성의 마스터베이션 코드이다. 한 모금의 아편을 태우고 비몽사몽의 경지로 든 느낌이다. 이 광고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내밀한 성적 일탈의 경험을 마치 백일몽을 꾸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해 냈다.
급기야 광고에도 마스터베이션이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러내길 꺼려하는, 그러나 좀처럼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욕망이기에 그 흘러넘침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성은 본능에 난타당하기 쉽다. 바커스가 인간의 이성을 혼란케 하기 위해 우리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한 에로티시즘을 다루는 술 광고도 계속해서 우리 주위를 맴돌 것이다. 김 홍 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