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서 올해 1·4분기가 지나가게 된다.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경기회복의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3개월 동안 다우지수는 소폭 상승에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아직도 연초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2년 만에 900선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1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말의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아직 경기회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 이후 시장은 하락으로 돌아섰다. “경기 회복의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기 전망을 수정한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유지 결정이 내려진 월말에는 시장이 한때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시장의 하락세는 2월 초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2월은 부도기업 엔론으로부터 빚어진 기업들의 회계 관행에 대한 우려 속에 전통주와 기술주들의 주가 향방이 극명하게 갈라진 한 달이었다.
경기회복을 알리는 지표가 계속 발표되면서 전통주들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기술주들의 경우 재무적 안정성과 기업간 거래 등과 관련된 회계 투명성이 문제가 되면서 나스닥지수는 2월 한 달 동안 무려 10% 넘게 하락했다.
3월 주식시장의 화두는 다시 ‘경기’였다. 하지만 필자가 본 칼럼(3월 5일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인상 우려’라는 악재도 함께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수위도 “경기는 곧 회복될 것”에서 “지금 미국 경기는 회복 중”으로 높아졌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점도,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이라는 점도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되지 못하는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미국시장을 건져 낼 수 있는 것은 기업들의 수익증가 소식일 것이다. 다가올 4월은 기업들의 1·4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되는 시기이다.
올 1·4분기까지도 기업들의 수익 감소가 계속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1·4분기 실적 그 자체보다는 기업들이 발표할 다음 분기 전망이 미국시장의 방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김남태 삼성증권과장 ntkim@usa.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