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박찬호가 1회 입술을 굳게 다문 신중한 표정으로 역투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의 텍사스 레인저스가 ‘부상공포’에 떨고 있다.
기둥 투수들이 잇따라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무리 제프 짐머만, 제3선발 이스마엘 발데스에 이어 이번엔 ‘코리안 특급’ 박찬호(29)가 삐끗했다. 시범경기 마지막 선발등판인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오른쪽 무릎 뒤쪽에 통증을 느껴 교체된 것.
2-1로 앞선 3회초 2사 3루에서 미네소타 덕 미엔키비츠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내준 박찬호는 3루쪽으로 베이스 커버를 가다 갑작스러운 허벅지 통증 때문에 절룩거렸다. 내야수들이 모두 마운드에 모인 상황에서 박찬호는 “괜찮다”고 했지만 텍사스 제리 내론 감독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즉각 투수를 교체했다.
마운드를 물러난 뒤 가볍게 불펜피칭으로 이상 여부를 점검한 박찬호는 “가볍게 당기는 느낌이 들고 있지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개막전 등판은 문제없다”고 밝혔다. 박찬호의 개막전 등판은 30일 불펜투구 뒤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다음달 2일 시즌 개막을 코앞에 놔두고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마운드를 물러난 것은 기분 나쁜 일. 더구나 텍사스 마운드는 지금 잇따른 부상으로 ‘울상’이다.
마무리 제프 짐머만은 오른쪽 팔꿈치 부상 때문에 4월 중순까진 등판이 어려운 상황. 지난달 8일 이후 전혀 피칭을 못하고 있는 짐머만은 4월 초에나 공을 만질 것으로 보인다. 내론 감독은 당분간 그의 공백을 ‘인종차별 발언’으로 악명 높은 존 로커로 메우겠다고 밝혔다.
선발요원인 이스마엘 발데스도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불안한 상태. 일단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즌 개막부터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에 합류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찬호마저 부상 기미를 보이니 가뜩이나 마운드가 약한 텍사스로선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이날 경기에서 2와 3분의 2이닝 동안 3안타 3실점한 박찬호는 이로써 4게임에 출전, 16이닝 동안 17안타(2홈런) 5볼넷 16탈삼진에 승패 없이 평균자책 4.50으로 시범경기를 마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