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신장에 앞장섰던 한 여성장애인 운동가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6일 오전 4시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옥란(崔玉蘭·36)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최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노점상을 하면서 1993년 뇌성마비연구회인 ‘ㅱ롬’ 설립을 주도했고 장애인이동권쟁취연대회의 등 장애인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최저생계비 산출방식이 의료비가 많이 드는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가정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92년 역시 장애인인 김모씨(36)와 결혼했지만 98년 이혼해 혼자 살아왔으며 지난해 전 남편 집안이 아들(9)을 못 만나게 하자 올 1월 양육권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최저생계비 수급권을 위해 노점상을 포기했던 최씨는 아들의 양육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그 돈이 모이면 수급권을 반납해야 되는 딜레마에 처해 고민이 많았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소독약에 수면제 20알을 타먹고 자살을 기도해 한달여간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최씨를 따르던 장애인들은 28일 오전 명동성당 앞에서 최씨의 노제를 지내려다 경찰의 제지로 실랑이까지 벌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여파로 한때 광화문, 서울시청 앞, 명동 일대에 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