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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나카타, 역시 팀의 중심

입력 | 2002-03-28 20:02:00

나카타는 수준높은 플레이로 팀의 중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일본팀의 첫번째 슈팅이 네트에 꽂혔다. 슈터는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

오른쪽 MF이치가와의 패스를 나카타가 중앙에서 이어 받았다. 공격은 반대편으로 전개될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방으로 빠르게 대시한 이치카와에게 보지도 않고 스루 패스를 찔러줬다. 이 ‘노 룩 패스’ 한방은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졌다.

이치카와의 크로스는 상대 수비수에게 걸렸지만 공은 나카타의 발 앞으로 굴러 왔다. 나카타는 오른발로 힘껏 슈팅을 날렸다.

“흘러나오는 공을 있는 힘껏 찼다”.

나카타는 2대0으로 앞선 전반 종료 직전에도 역습으로 GK와 1대 1로 맞서는 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득점에는 실패.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운동장 상태가 나쁜 것을 깜빡 잊어 볼 콘트롤을 실수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탓에 욕심이 앞선 것도 있었다.”

나카타는 “승패보다 유기적인 팀 워크를 다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카타의 말처럼 오른쪽을 측면공격을 주도한 이치가와는 리듬감있는 플레이로 제몫을 해 냈다. 2대0으로 리드폭을 넓힌 다카하라의 골을 어시스트 한 것도 이치가와였다.

팀은 나카타를 중심으로 손발이 척척 들어 맞았다.

▼역경 이겨낸 나카타 "대표탈락은 없다"▼

“괴로운 시기를 넘기면 인간은 강해진다”.

이번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파르마로 이적한 후 벤치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나카타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일본이 폴란드전에서 낙승을 거둠으로써 일본의 ‘에이스’는 자신의 말을 증명했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대표탈락 위기론’을 날려 버린 것.

전반 10분, 오른쪽 사이드의 이치가와가 날린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가 잘못 걷어내자 야수처럼 달려들어 오른발로 강슛, 선제 골을 잡아냈다.

적지에서의 시합. 게다가 운동장 상태도 나빴다. 나카타의 선제골은 일본에게 불리한 이날 시합의 주도권을 초반에 일본으로 가져오게 만들었다.

나카타는 적극적으로 상대선수를 압박해 볼을 빼앗았고 뛰어난 볼 키핑능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 오른쪽 사이드의 이치가와 등에게 절묘한 패스를 계속해서 배급했다.

나카타는 ‘필드의 사령관’으로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동료들을 지휘했다. 후쿠니시와 토다를 불러 강한 어조로 잘못을 질책하기도 했고 오노에게는 상대를 돌파하는 방법 등을 충고 했다.

지금까지 “그는 나의 실험실을 거치지 않았다.” “부동의 레귤러는 아니다.” 며 ‘나카타 대표 탈락’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선동역할을 했던 트루시에 감독도 “팀 전술에 맞게 헌신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의 움직임에 의해 팀의 전술운용 폭이 넓어진다”며 아낌없이 칭찬했다.

나카타는 파르마에서 그의 축구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언론과 팬의 비난에 자극받은 클럽 수뇌부는 나카타에 대한 신뢰를 잃어 그를 벤치에 앉혔다. 팀은 방출을 검토했다. 하지만 나카타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

트루시에 감독은 ‘불세출의 스타’가 “이전에는 5명의 매니저와 2명의 의사를 데리고 헬리콥터로 왔지만 지금은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재미있게 비유해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음을 인정했다.

나카타는 자신의 속마음을 거의 표현하지 않는다. 그가 대표팀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며 주변에서 불안해 하는것에 대해 “대답할 필요 없다”고 싹둑 자른다. 왜냐하면 나카다의 방식은 ‘그 자리, 그 자리에서 결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사히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