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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전술이다]이탈리아 '시스테마 시스템'

입력 | 2002-03-29 17:13:00


개인기에 맞선 수비축구 30년대 2연속 우승 일궈

현대축구의 포메이션 변화는 10년 안팎을 주기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포메이션과 전술이 등장한 계기는 다름 아닌 역대 월드컵.

이탈리아는 1934년 이탈리아 대회와 1938년 프랑스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포메이션에 대한 연구나 응용이 활발하지는 않았다. 제1회 월드컵이 열린 1930년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축구를 했던 것. 1회 대회 우승팀 우루과이도 마찬가지였지만 이탈리아가 두 대회를 연속 제패함으로써 포메이션과 전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30년대 기본 포메이션은 WM. WM포메이션은 풀백 3명 앞에 하프백 2명이 있고 그 앞에 2명의 인사이드, 그리고 3명의 공격수가 포진하는 것으로 숫자로 배열하면 3-2-2-3이 된다. 이를 자세히 보면 수비는 알파벳 W형, 공격은 M자 모양이 된다.

한동안 영국에 살면서 포메이션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이탈리아 비토리오 포조 감독은 수비에 역점을 두는 전술을 구상했다. 개인기가 뛰어난 팀과 겨룰 때 WM포메이션의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는 것을 발견한 그는 거칠고 힘센 선수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수비를 맡겼다. WM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되 수비에 치중하는 포조 감독의 새로운 포진법이 바로 시스테마 시스템(Sistema Sistem)이다. 이탈리아는 이 시스테마 시스템으로 1934년 월드컵에서 결승전까지 5게임에서 단 3골, 1938년 프랑스 대회에서도 4경기 5골만 허용하며 브라질, 헝가리 등 막강한 팀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의 우승은 조직력보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하던 시절에 과감히 수비조직을 갖춘 포조 감독의 전향적인 사고 결과였다. 축구 역사에 처음 기록된 ‘전술의 승리’였던 셈.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 축구전술 역사의 시작을 1934년 대회에서 찾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