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이 미래를 바꾼다/이인식 엮음/332쪽 1만2900원 김영사
생명기술 (Bio Technology),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매스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수많은 ‘T’들 중에서도 ‘NT(Nano Technology)’는 아직 일반인에게 낯설기 그지없는 개념이다. ‘나노’란 ‘10억분의 1’을 뜻하는 말로서, 나노기술이란 문자그대로 분자와 원자 차원의 극미(極微)세계를 다루는 기술이다.
정부 주도로 엄청난 액수의 혈세를 투자해 나노 관련 연구 개발비를 책정해 놓았지만, 일반인을 위한 입문서 하나 변변치 못했던 우리 나라 상황에서 이 책이 주는 반가움은 크다.
나노 기술은 기초 과학 분야는 물론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친 기술이다. 반도체 소자에서 고속 광통신, 생명공학까지 연관되지 않은 신기술이 드문 만큼 그 전반적 모습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의 1부에 실린 네 편의 글은 ‘나노 기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쉽게 풀어낸다. 특히 세번째 글은 미국의 저명한 나노 기술 전문가 크랜달이 쓴 ‘나노 기술’의 일부를 발췌해 나노 기술의 전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1부의 마지막 글인 파인만의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 역시 예비 과학 기술자들에게 나노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흥미를 가져다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2부에서는 우리나라 나노 기술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각 분야의 구체적인 연구 및 쟁점이 되는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3부에서는 현재 우리 나라의 나노 기술의 현 주소를 연간 100억원의 연구비 투자로 진행되고 있는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단’을 중심으로 진단한다. 마지막 4부는 생체기술의 발달에 따른 윤리관의 심각한 위협 등 나노 기술의 분홍빛 미래 뿐 아니라 재앙까지 경고하는 두 편의 글이 같은 맥락으로 정리돼 성급한 신기술의 찬양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준다.
이 책에서 나노 기술에 대한 새롭거나 창의적인 견해를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 전반적인 나노 기술의 이해를 돕는 이 책은 “나노가 뭐지?” 라는 물음에 “나? No.”라고 대답해왔을 일반인이나 예비 공학인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신현정 국민대 교수·신소재공학 sjshin@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