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평전(프랜시스 윈 지음·푸른숲)
역사를 더듬다 보면 세계는 몇몇 천재들에 의해 변화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들은인간의 의식을 한층 높은 단계로 발전시켰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 그리고 헤겔과 칸트에 이어 마르크스는 이들 천재들의 대열에 당당히 들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현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르크스 평전’의 작가 프란시스 윈은 “20세기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유산”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감히 이런 책을 들추지도 못했다. 그러나이제 ‘마르크스 평전’과 비슷한 책은 어느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르크스 평전’은 바이오그라피의 성격으로 500여 페이지가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마르크스 관련 서적들에 비해 일반 대중들도 이해하기 쉽게 아주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 때문인지 한번 손에 들게 되면 쉬 놓기가 힘들었고 번역 또한 매끄러웠다.
이 책은 1818년 마르크스가 태어난 날로부터 시작해 1883년 그가 죽을 때까지를 기술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간된 마르크스의 많은 연구서와 전기집을 토대로 깊이 있는 분석이 우선 신뢰를 갖게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처럼 아주 사소한 것까지 지적하며 세계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갖도록 사회와 인간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신이 살았던 사회에서 누군가가 해결해야 했던 삶의 문제, 즉 노동의 가치와 잉여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이론적으로 정립함으로써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틀을 잡았다. 이 책은 ‘소외’라는 중요한 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었던 예언자적 통찰력을 가진 마르크스의 천재적 기질에 대한 것 외에도 그가 사랑했던 가족과 엥겔스와의 진정한 우정 등 인간으로서의 마르크스를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마르크스는 비록 냉전시대와 같은 세계사의 대 변혁을 치르게 만든 장본인으로 몰려 오래 동안 ‘악마’와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책은 카알 마르크스를 신화적 존재로 여기던 것에서 벗어나 한 아내의 남편이자 아이들을 사랑한 세 딸의 아버지였다는 사실부터 한 천재적 철학자가 인간의 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했다는 것을 기억하게 만든다.
오늘날 자본의 폭력은 세계화라는 허울좋은 단어를 등에 업고 아프리카 어느 한 동네의 꼬마를 착취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무서운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여지고 있는 지적 궁핍,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이 시대는 어쩌면 카알 마르크스와 같은 천재를 필요로 한다. 어떤 철학자가 새로운 대안을 갖고 자본주의 사회의 맹점을 타도할 것인가? 인간은 과연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인가? ‘마르크스 평전’을 읽으며 새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 만큼 이 책이 내게 준 파장은 만만치가 않았다.
장광열(무용평론가·국제 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